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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력의 실종, '스타의 연인'

BigGun 2008. 12. 12. 08:33
해외에 있다보면 한국 연예소식을 듣기가 힘들다. 인터넷 뉴스가 있긴 하지만 요즘은 특정 뉴스에 집중되어서 균형된 시각을 갖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 즐겨보던 드라마를 여기서 챙겨보기는 더더욱 힘들다. 그나마 다행으로 몇몇 사이트가 한국 드라마를 녹화해서 보여주고 있어서 가뭄에 콩나듯이 한두편씩 보고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드라마 시작하기 전에 온통 광고에 토크쇼, 버라이어티쇼 출연 등등으로 홍보를 싹 하기 때문에 어떤 드라마인지 대충 알고 보는데, 여기서는 그냥 제목만 보고 봐야한다. 제목 느낌이 좋으면 보는 것이고 아니면 영영 굿바이다. 지금까지 본 것 중에는 '온에어'가 제목으로 선택해서 재밌게 본 케이스고, '그들이 사는 세상'은 우연히 봤다가 발견한 금광이랄까. '베토벤 바이러스' 역시도 제목만 보고 선택했는데 역시 명작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SBS에서 발표한 '스타의 연인'은 정말 말 그대로 '러뷔시'다. 러뷔시는 Rubbish 영국식 단어인데, 뜻은 쓰레기다. 영국에서는 못볼걸 보거나 가치가 없을 때 'Get rid of this rubbish thing!'이라고 한다. 딱 이 드라마를 보고 해줄 수 있는 말이다. 완벽한 창작력의 실종. 이게 이 드라마를 본 후의 평가다.

    제목부터 보자. 스타의 연인. 설렘이 전혀 없다. 이건 대놓고 스토리를 내놓은 건지, 아니면 일부러 이런 걸 의도한 건지 몰라도 둘 다 실패했다.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에 이은 시리즈인가? 제목 5글자만 봐도 뭔 내용인지 짐작이 간다. 스타(남자나 여자)와 그의 연인과의 스토리겠지. 당연히 반대도 있을거고, 어렵게 어렵게 끌다가 결국엔 스타가 자리를 버리고 연인과 떠나거나 혹은 둘 다 쟁취하거나. 완벽하게 뻔할 뻔자다. 그런데 1회를 보는데, 빙고! 너무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서 서글펐다. 어떻게 예상한 그대로 다 보여줄 수 있었을까. 만인의 연인 최지우와 서울대 강사 유지태와의 러브 스토리. 게다가 첫 회에 끝을 암시하는 장면까지 넣었다. 두 사람은 어렸을 때 알았던 사이고 어렸을 때의 충격으로 인해 서로를 잊었다가 결국 나중에 알게된다는 거다. 그러니까 한 동안은 둘이 엎치락 뒷치락 하겠지. 그것도 2부 예고편에서 다 뽀록났다. 장면장면을 보면서 수도 없이 느낀 것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하는 데자뷰 현상이다. 스토리도 그렇고 장면도 그렇고 지금까지 괜찮은 러브 스토리 드라마에서 적절히 배껴온 느낌이다. 어떻게 월화 드라마는 코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데 수목은 이런 걸 내놓았는지 모르겠다. MBC에서 종합병원을 내놓았으니까 그냥 선방할 정도의 작품을 꺼냈는지는 모르겠지만.

    게다가 한동안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유지태와 채지우를 캐스팅 했지만 물갔다. 유지태는 역시 영화다. TV에서 보기에는 약간 부담스럽고 중후한 이미지 때문에 요즘 트랜드인 발랄 경쾌 상쾌 드라마 스토리 라인을 이어가기 버거울 것 같다. 채지우는 남자 주인공에 묻혀 가야 하는데 이번에는 리드하는 꼴이니 잘 할 수 있을런지 의문이다. 1회 간간히 까메오도 나오고 채지우와 유지태 주변 인물들이 쭉 소개됐는데 크게 눈에 띄는 사람이 없다. 굳이 꼽자면 미용 디자이너로 나오는 양희경 정도랄까. 메지지먼트 사장으로 나오는 이름 모를 배우는(상당히 유감이다. 나름 지명도 있는 배운데) 약간 사이코스러운면서 코믹한 캐릭터를 시도해본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채지우 로드 매니저로 나오는 젊은 남자는 그냥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의사 선생님 하다가 더 좋은 작품 찾는 편이 좋을 법 했다. 괜히 완전 상반된 캐릭터 시도하느라 용쓰는 것 처럼 안쓰럽다. 그들이 사는 세상도 1회만 봤을 때는 약간 긴가민가 했는데, 스타의 연인 정도는 아니었다. 이건 아애 2회를 보기가 싫다. 딱 1회 까지다. 하도 실망해서 이렇게 실랄한 비평을 해줘야 속이 시원할 것 같을 정도니까.

    더 열받는 것은 간만에 등장한 서울대학교를 정말 어색하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나는 유지태가 강의하는 장면이 80년대 회상신인지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냥 동시대였다. 서울대에 있는 200개 강의실 중에 가장 후진 낙후된 말그대로 70년대 스타일의 강의실을 선택했다. 그동안 수많은 제작사의 촬영 프로포즈를 거절한 서울대였을텐데 어렵게 얻어낸 승락을 이런 식으로 뭉갰을까 하는 안타까움까지 든다. 국문과 강사니까 인문대에서 찍었다고 할거면 이제 드라마 그만 찍기를 바란다. 언제부터 사실주의를 추구했을까. 그래 리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해 인문대에서 찍었다고 치자. 그럼 채지우 등장하는 파티 장면은 어떻게 설명한건가. 아마 시청자들은 파티 장소를 보고 여기가 어디지 하는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정말 아이러니 하게도 서울대 미술관이다. 2006년 서울대생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공개된 서울대 미술관에서 하필이면 (가상) 천만관객 돌파 기념파티를 한 것이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뻔하다. 이런 감각을 가진 건물이 전국적으로 별로 없으니까. 아주 세련되고 기하학적이고 게다가 심플하기까지한. 드라마 앵글도 아주 잘 나왔다. 서울대라고 대놓고 나오는 장면은 가장 후진 곳에서 촬영해놓고 완전 세련된 것처럼 치장한 파티장은 정작 서울대 미술관이었다. 이래놓고 다음에 서울대 촬영협조를 요구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스토리도 그렇고 캐스팅도 그렇고 게다가 촬영장소까지 어떻게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중간에 조기 종영하지 않기만을 바라야할 듯 싶다. 요즘 드라마 배우 출연료 때문에 말이 많은데 이 두 스타분들께서는 얼마나 받고 출연했는지 의문이다. 드라마도 망할 것 같은데 괜히 출연료로 뉴스에 구설수 되는 일이 없어야 할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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