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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하다

BigGun 2008. 10. 9. 05:59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어떤 기분인지는 잘 모를수도 있다. 누군가 벼락을 맞았다는 소리를 들었을지언정 직접 벼락을 맞은 적은 없을 테니까. 만약 벼락을 맞았다면 이 글을 읽을 수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그 기분을 아주 잘 안다. 마른하늘이 아니라 쨍쨍 해가 비치는 하늘에서 갑자기 벼락을 맞은 것 같은 기분. 세상이 갑자기 멍해지고, 모든 것이 싫어지고, 내가 지금까지 믿어왔던 것들이 거짓말 같이 느껴지는 기분. 정말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가 눈 앞에서 펼쳐질 때 느끼는 더러움과 수치심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아주 잘 알던 사람으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듣었다고 가정해보자. 평소 같았으면 그 사람은 그 자리에서 혹은 근처의 조용한 장소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참을 차를 타고 아주 한적한 카페에 가서 아주 무거운 분위기를 만든채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이야기는 짧은 시간이지만 세상을 살아오면서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과 관련된 것이었고,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존경까지 했던, 이 사람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까지 했던 사람과 연관된 이야기였다. 정말 불행하게도 이 이야기 때문에 더이상 나는 이 사람을 존경할수도 좋아할수도 심지어 말할수도 쳐다볼수도 이세상에 같이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고 더럽다고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가족의 힘은 대단하다고 했던가. 입에 담기도 싫은 거친 루머 속에서 나는 가족을 믿고 싶었고,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충격은 잠시였고 마음을 강철과 같이 만들어야 했다. 충격 속에서 한참을 해매며 눈물로 밤을 지새웠지만, 나약해 질 수는 없었다. 충격은 엄청났고, 심각한 위기이기도 했다. 한순간에 사랑했던 사람은 원수로 변해버렸다. 이제는 공격해야하고 비난해야하고 미워해야만하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가장 슬픈 것은 가족에 대한 의심을 져버릴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상황이 나를 강하게 만들었지만 어느 순간 무너져버리기 쉽상이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에 연루가 되었는데, 왜 그래야만 했었는지 정말 알고 싶었다. 진실이 무엇인지 말이다. 하지만 상황은 이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아니, 묻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 장벽 한 개는 남겨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것까지 무너지면 나는 더이상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아온 모든 믿음이 무너져 버리기 때문이다.

사람을 미워하는 일. 영화처럼 쉽지만은 않다. 하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지만, 어느날 갑자기 사랑하던 사람이 원수가 되어버렸다. 사랑하던 원수를 미워하기는 더 어려웠다. 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원수를 미워하지 않는다면 내가 더 사랑하는 사람을 미워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위기 속에서 내 이성은 감성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운명적 위기를 슬퍼하며 눈물 흘리는 것은 몇 번으로 족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공격에 방어하고 역공할 기회만을 노렸다. 마음을 굳어지고 사람을 더 이상 사랑하기 힘들어졌다.

위기 속에서 주변 사람들의 태도는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아니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정신을 멍하게 만드는 루머 속에서 내가 믿어왔던 사람들은 분열되기 시작했다. 말도 안되는 상황 속에서 중립을 선언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중립은 아주 쉬운 선택이었겠지만 나에게 있는 그 충격은 비할바가 아니었다. 심지어 내가 존경했던 또 다른 한 사람은 비난과 다를 바 없는 선택을 했다. 상대편을 감싸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나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나는 그 때 내 마음 속에 살고 있는 악마의 힘을 느꼈다. 내가 그의 미심적은 태도를 발견했을 때, 내 마음은 단 한가지에 집중되었다. 부셔버려야한다. 내 머리는 슈퍼 컴퓨터처럼 움직였다. 그게 관한 모든 불리한 정보와 증거를 모았다. 만약 그것이 터진다면 모든 것은 끝이었다. 이 모든 일을 마치고 나는 또 한 번 울 수 밖에 없었다. 또 한 명의 원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중립을 선언한 사람들은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나의 부탁을 아주 정중하게 하지만 아주 냉정하게 거절했다. 내가 헌신하고 내 모든 것을 내 던졌다고 생각했던 곳에서도 반응은 냉담했다. 나의 모든 것을 걸고 협상을 시도했지만 그것은 허무하게 무너져버렸다. 그 때 깨달았다. 강해져야 한다. 나를 갖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내가 선택하는 것이지 선택받아서는 안된다.

벼락 맞은 것 같은 한 순간의 충격 속에서 우리 가족과 내가 짊어져야 했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아지까지도 나는 그 때의 충격으로 놀랄 때가 많이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내가 얼마만큼 비열해질 수 있는지, 남을 미워할 수 있는지를 뼈져리게 깨닳았기 때문이다. 남은 완전히 믿었던 나는 이제는 벽을 치기 시작했다. 한 번 경험한 위기는 인생의 교훈이 되었다. 내가 없으면 안달이 나게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 지난 번 같은 애매한 태도를 보이지 않을테니. 또 한 번 이런 일이 터졌을 때는 그들이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도록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아니, 그들이 또 그 같이 태도를 보였을 때는 모든 이들을 부셔버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 일로 나는 더 강해졌지만, 가슴 한 켠에는 심한 상처가 남았다. 이것은 치유될 수 없는 상처이다. 아직까지도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도 알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남아 있는 한 충격은 사라지기 힘들 것이다. 상처는 새로운 태도를 만들었다. 나를 실망시키는 사람들에 대한 무한대적인 미움이 생겨났다. 내가 믿었던 사람이 의외의 모습을 보일 때 나는 나도 믿기 힘들 정도로 강한 공격적 태도를 갖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들을 부셔버려야 한다는 강한 충동이 오기 까지 한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날카로운 칼 끝에 베인 것처럼 내 마음은 무너져버리게 된다. 나에게 있어 실망하다라는 표현은 죽음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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