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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에 가는 이유

BigGun 2008. 8. 11. 01:31
나는 2006년 2월부터 9월까지 7개월간 아프가니스탄 한국군 지원단 동의부대 9진의 일원으로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에 파병을 갔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꿈을 꾼 것만 같은 시간이었다. 이 글은 파병을 가기 직전, 파병 훈련을 받기 전 '아프가니스탄에 왜 가냐'는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쓴 글이다. 지금 보니까 감회가 매우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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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신봉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냥 그 말 자체가 좋다. "국가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달라고 하기 전에 내가 국가를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 이 말에서 국가라는 단어에 감동을 받았기 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이라는 부분에서 뜨거움을 느꼈다.

    사람들은 누군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주기를 정말 기대한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선물을 받기 원하고 칭찬을 받기 원하고 심지어 알지 못한 사람에게 할지라도 무엇인가 받기를 원한다. 자기 친구가 성공한 사업가라든지 변호사이기를 바란다. 내 단짝 친구가 의사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내가 갑자기 형편이 어려워지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인지 부모님들도 좋은 친구 사귀라고 한다. 받는 것에 너무나 익숙하다. 그래서 가끔 내가 무엇인가 남에게 해주게 되면 그것에 대한 반응이나 상응하는 대가를 몹시 원한다. 만약 기대한 만큼 충족되지 못하면 서운하고 화까지 난다. 사람들은 자기가 10개를 받고 단지 한 개만 줬을 뿐인데도 자기가 준 한 개에 대해 타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면 정말로 화가난다. 그래서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내가 남한테 무엇인가 받기를 기대하기 전에 내가 남한테 해줄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순간마다 너무나 이기적인 모습을 보일거 같을 때 이 말을 생각하면 마음이 숙연해지고 차분해진다. 내 친구가 멋진 사업가, 의사, 변호사가 되길 바라기 보다는 내가 사업가, 의사, 변호사가 되어 친구의 든든한 백이 되주라고 외쳐주는 것 같다. 

    이번에 아프칸을 가게 되었다고 하니까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니가 왜? 위험하게 왜? 무슨 이득이 있는데 가는건데?" 그러면서 나름대로 답을 내린다. "월급 많이 준다며? 군생활 짧아지는거 아니야? 취직 잘된데?" 가슴에 손을 얹고 내가 지원할 당시 이런 것에 대한 생각은 단 1%도 없었다. 아프칸에 지원모집을 봤을 때 내 가슴속에 든 생각은 '그곳에 가서 멋지게 군생활을 해보자' 이 생각 밖에 없었다. '전군을 대표해서 선발되어 아프카니스탄에서 그 곳 주민들을 위해 의료지원을 수행하며 멋지게 군생활하는거야' 이거 말고는 다른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솔직히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아프칸이 어디있는지도 잘 몰랐었다. 난 아프리카 어딘가에 있는 나라인줄 알았다. 빈라덴은 이미 죽어서 엄청 안전한 나라인 줄 알았다. 이라크 만큼 위험하지 않아서 월급은 한국과 똑같을 줄 알았다. 그곳이 낮엔 사막처럼 덥고 저녁엔 북극처럼 추운줄도 몰랐다. 아직도 내전에 휩싸여서 전쟁에 위험이 있는지도 평화유지군에 대한 반감으로 테러의 위험성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냥 이것은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지원했다. 그런 열정으로 부대 사람들을 설득했고 정말 보내기 싫어하시는 -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 부모님을 설득했다. 지금에서야 아프칸을 가면서 얻는 것 잃는 것을 생각한다.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특히 경영학도 이기 때문 누구보다 더 머리를 굴려가며 손익을 따져보고 있다. 하지만 지원했을 당시에는 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왜 아프칸을 가냐고 물었을 때 뜬금 없이 세계 평화를 위해서라고 하는 것이다. 그거 말고는 할 말이 없다. 

    군에 입대할 당시 나는 캐네디의 말을 하루에도 몇번씩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왜 군대를 가야하는지 내 자신에게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작년 2월 나는 국가의 부름과 의지대로 군에 입대했지만 올해 2월 나는 오로지 나의 의지대로 아프칸을 선택했다. 내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프칸을 가게 된 것에 대해 아직도 걱정을 혹은 부러워 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긍지를 드높이록 아프칸의 불쌍한 주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최선을 대해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는 6개월. 후회없는 파병 기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게 내가 아프칸에 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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