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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1박2일이 비난 받아야 하는가?

BigGun 2008. 9. 29. 05:30
또 한 번의 이해 안 되는 일이 터지고 말았다. 이번에는 1박2일이다. 또 이 사건에는 부산 롯데와 그 팀의 열렬한 서포터들이 연관되어 있다. 왜 이렇게 해외에 나와있을 때 어이없는 일이 터지는지 모르겠다. 이해가 안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장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며칠 전 부터 포탈 뉴스에는 '1박2일'과 '부산 롯데'간에 발생한 일에 대한 기사가 계속적으로 뜨고 있었다. 1박 2일은 생방송이 아닌 녹화방송이기에 실제 내용이 방송되기 전에 뉴스로 뜨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이 뉴스를 보고 싶지 않았다. 아직 방송도 안본 상태에서 뉴스를 읽게 되면 방송을 보는 재미가 확 떨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오늘 이 방송을 보게 되었다. 당연히 방송 자막에는 그동안의 논란을 의식한 듯한 약간 방어적이고 해명하려는 듯한 문장이 많이 눈에 띄었다. 뉴스를 보지 않았지만 제목은 봤었기 때문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이 방송 속에 나타나고 있는지 열심히 관찰해봤다.

    그런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1박2일팀은 부산에 도착했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면서 부산 시민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평소 처럼 행동했다. 해운대 바다에서 비치발리볼도 하고, 저렴한 민박집에 가서 자장면도 먹었다. 그리고 매번 그렇듯이 사람들을 향해 '1박2일'을 쉴새 없이 외쳐댔다.(여담이지만 이들이 2박 할 때 V자로 표시된 손의 겉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 영국에서는 엄청나게 심각한 욕설이다. 그래서 외국 애들한테 절대로 1박2일을 보여줄 수 없다.) 최종적으로 메인 이벤트! 부산 사직구장에 가서 중간 정리 시간에 깜짝 공연을 한다는 내용이 나왔다. 물론 녹화들어가기 전부터 알고 있었겠지만, 멤버들은 무척이나 놀란 표정이었고 성급히 노래를 정하고 안무를 짰다. 그리고 나서 경기장에 갔고 일반좌석이 아닌 지정좌석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그 동안 사람들이 몰려들어 응원단장의 요청으로 강호동이 시민들에게 질서유지를 부탁했고, 이승기와 은지원은 볼보이 체험을 했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3회말까지 열심히 경기를 응원했다. 그리고 5회말이 끝난 후 이들은 경기장 가운데에서 '챔피언'과 '무조건'을 불렀다. 당초 챔피언만 부를 예정이었지만 무조건은 팬들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공연은 10분 정도였고, 공연이 끝나자 마자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와 대기실에 모여 서로를 격려하며 또 실수한 것들을 아쉬워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끝났다.

    여기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글을 혹시라도 지금 열을 올리며 1박2일 안티를 외치고 있는 분들이 읽게 된다면 여러가지 주장을 들이댈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편집의 승리다" 라는 요지다. 자신들 좋은 장면만 보여줬다는 것이다. 어느정도 공감이 된다. 성난 롯데팬들이 1박2일 욕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을 테니까. 대신 1박2일팀들을 신기하게 쳐다보며 열광하는 팬들만 보여줬으니 화나난 사람들은 더 약이 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쪄랴. 1박2일에 열광한 사람들이 아무리 봐도 소수가 다닌 다수였으니 말이다. 내가 본 화면에는 거의 대부분의 서포터들이 1박2일의 공연에 열광했고, '무조건' 앵콜을 요청했다. 이것까지 사실이 아닌 더빙이었다고 한다면 더 이상 할말은 없다.(말도 안돼는 주장이니까.) 하지만 만약 더빙이었다면 얼마나 우낀 일인가. 팬들은 '롯데롯데'를 열광했는데 편집PD가 '무조건무조건'으로 사운드 변경을 했다는 주장이니 말이다. 

    두번째로, 케이블 중계 방송의 동영상을 들며 1박2일 촬영팀의 안하무인적인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그래서 이 동영상도 잘 관찰해봤다. 화면은 한 아저씨가 좌석으로 가려고 하자 경호원이 길을 막았고 아저씨가 표를 보여주자 경호원은 옆쪽으로 가라는 표시를 했다. 결국 아저씨는 옆쪽 길로 사라졌다. 이 장면을 캐스터가 보고 광분을 하며 비판을 한 것이다. 먼저 캐스터의 주장을 들으면서 화면을 봤다. 캐스터의 주장대로 정당히 티켓을 가지고 있는 관객을 경호원이 아무이유없이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캐스터의 시끄러운 목소리를 음소거로 변경하고 화면을 보니 흔히 볼 수 있는 좌석 안내 장면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러니까 아저씨가 1박2일팀 근처의 좌석으로 이동하려고 하자 진행요원이 티켓을 보여줄 것을 요청했고 아저씨가 티켓을 보여주자 이쪽 길이 아닌 다른 쪽이라고 안내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는 것은 경호원의 안내 이후 아저씨가 보이는 태도이다. 아저씨는 아무런 군말없이 옆길로 이동했다. 만약 경호원이 무조건 옆으로 가라고 했으면 강력히 항의를 했을 것이다. 최소한의 어필이라도 했을 거다. 결과적으로 신성한 야구장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녹화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한 캐스터가 앞뒤 상황도 모른채 화면에 잡히 장면을 보고 소설을 지어낸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사실 캐스터가 주장한 것이나 내가 예상한 것이나 아무것도 확실치 않다. 왜냐하면 중계중에 잡힌 장면에는 사운드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경기장 반대쪽에 있던 카메라가 우연하게 잡은 장면을 가지고 확대 해석한 것이 불과하다.

    이것 말고도 여러가지 비판하는 주장이 있는데 위에 두 가지 건 말고는 반론할 가치도 없기에 더이상 쓸 생각은 없다. '반론할 가지도 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이들이 몇 가지 까먹고 있는 것이 있다. 이것이 '프로야구'라는 것이다. 프로야구는 상업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여기에 야구의 신성함이니 스포츠정신을 들먹인다면 할 말 없지만, 야구선수들은 철저히 돈 받고 운동하는 것이고 구단은 장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1박2일 제작진이 먼저 제안을 했던지 아니면 부산 롯데가 요청을 했던지, 아무튼 촬영을 목적으로 경기장 좌석을 비롯한 여러가지 편의가 제공되었다. 두 연예인이 체험한 볼보이도 그 중 한가지 였을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경기 중간의 공연까지도 말이다. 만약 1박2일팀이 경기 중간에 무작정 들어가서 공연하고 나왔다면 그건 정말 문제가 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철저히 사전계획된 일이고,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 상업을 목적으로 하는 구단이 방송국의 촬영협조 요청에 호의적으로 반응해서 좌석 제공하고 촬영에 협조적으로 응한 것에 무슨 비판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중간에 한 공연이 각 팀에 지장을 줬다면 롯데나 두산쪽에서 야구협회(KBO) 혹은 한국방송(KBS)에 항의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성난 일부 롯데 팬들의 항의 외에는 각 팀의 공식적인 항의가 없다.

    결정적으로 1박2일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무슨 목적으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다. 단지 1박2일이 100여석 점거하고 촬영한 것이 눈에 거슬려서? 중간 정리 시간에 5분이 아닌 10분 공연한 것이 아니꼬아서? 이들이 공연으로 롯데 선수들이 지장을 받아서 결국 졌기 때문에? 한마디만 하자면 결승전도 아닌 중간시즌경기에서 3만자리 중에 100차리 차지한 것이 뭐가 큰 대수이며, 5분하고 10분 하고 무슨 차이이며, 결정적으로 홈팀에서 3만여명의 서포터 응원받고 있는 롯데 선수와 서울에서 와서 서포터 하나 없이 1박2일의 무조건 공연을 봤던 두산 선수 중에 누가 더 큰 지장을 받았을런지는 말 안해도 알 것이다.

    앞서 나는 여기에 관련된 어떠한 신문기사도 읽지 않고 방송을 봤다고 했다. 방송을 보고 나서 느낀점은 "부산 사람들 정말 야구 사랑하네", "언제 한 번 야구장 가봐야겠다", "부산 롯데, 이런 성원 속에서 언젠가는 최고가 되겠다" 하는 등등의 프로야구에 것들이었다. 아직도 모르겠는가? 바로 이것 때문에 부산 롯데가 촬영협조를 적극적으로 한 것이다. 방송을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당시 경기는 매우 중요했다. 2위 진출 경기이기도 했지만, 각 팀은 옛날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고, 중간 정리 시간에 1박2일 공연전 롯데 선수들과 감독이 마운드에 나와 여러가지 행사를 했다. 나름 롯데에 있어서 중요한 날이었고, 1박2일과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접촉점이 있었기에 촬영을 허가하고 적극적인 협조를 한 것이다. 이건 마치 연세대 축제 중간에 무한도전이 출연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무한도전은 좋은 아이템을 얻어서 좋았고, 연세대 학생회는 공짜로 유명 연예인 공연을 유치했으니 좋았고, 학교로서는 좋은 학교 이미지 남겼으니 모두에게 좋았던 것이다. 만약 이번 1박2일 사건에 이런 논란이 없었다면 비슷한 결과를 얻었을 것이다. 1박2일은 좋은 아이템을 얻었고, 부산 롯데는 40분이 넘는 팀 홍보를 할 수 있었으며, 롯데 서포트들은 자신들의 열렬한 야구사랑을 전국민에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1박2일 제작진은 이런 생각을 하고 촬영을 시작했을 텐데. 정말 엉뚱한 데에서 일이 터지고 말았다.

    정말 한심스럽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전국적으로 40분 넘게 자신의 홈팀이 영웅처럼 등장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들한테, 100자리 점거하고 녹화했다고, 카메라맨들 때문에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5분이면 될 휴식시간 10분이어서 불만이었다고 투정을 부리고 있으니 말이다. 이들이 과연 프로야구의 미래나 장래성에 대해 관심이나 갖고 있을까. 그냥 야구장 가서 치킨에 맥주 먹으면서, 경기는 보지도 않고 앞에서 열심히 춤추는 치어리더나 '헤헤' 거리고 보다오는 한심한 사람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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