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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overing Europe

Discovering Euro을 시작하며...

BigGun 2008. 11. 15. 08:23

여행을 다녀온지도 벌써 2주가 지났다. 여행을 다닐 때 마다 느끼지만, 여행을 하면서 가장 슬픈 것은 '나 혼자만 본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이렇게 낭만적인 곳을, 또 이렇게 감탄스러운 곳을 나 혼자만 봐야한다는 것은 여행이 주는 기쁨이자 슬픔이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면 사진을 열심히 찍어대면서 지인들에게 보여주리라 결심을 하곤한다. 여행하고 남는 것은 사진이라고 까지 하지 않는가.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를 갖고다니다 보니 여행 한 번하고 나면 찍힌 사진이 무려 천 장이 넘는다. 필름 카메라 때는 사진 한장 한장이 아까워서 정말 멋진 장면만 담으려는 노력을 했으나, 지금은 그냥 느낌 가는대로 찍는다. 심지어 한 장면을 10컷을 찍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여행 후 사진 정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이것이 여행을 다녀온지 2주가 지났어도 깜깜 무소식이었던 이유이다.

이번 여행은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아무런 의미 없이 정한 여행지 같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정말 엄청난 의미를 갖고 있는 두 나라이다. 물론 유럽하면 바로 떠오르는 나라이기도 하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이게 기본적으로 유럽하면 나오게 되는 레파토리니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나에게 있어서 그 이상이다. 2년전 아프간에서 파병생활을 할 때 나를 지킬 수 있었던 여러가지 이유 중에 한 가지는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었다. 파병 2개월차 날은 더워지고 테러위협은 높아지고, 갑작스럽게 벌어진 치명적 바이러스 사태까지 모든 상황이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었다. 어느날 머리 속에 떠오른 에펠탑은 지옥 같은 상황에서 한줄기 빛이 되었다. '내가 이 시련을 딛고나서 반드시 에펠탑 꼭대기에 오르리라!' 이 결심이 나를 살게했다. 그래서 한국으로 귀국하면 바로 파리로 떠나리라 선언했건만, 군인이 외국에 나가는 것은 하늘의 별따는 것 보다도 어려웠다. 결국 차일피일 미루다 내 마음 속으로 묻어놨더랬다. 이게 프랑스를 가게된 이유다.

이탈이라는 좀더 고상하다. 대학을 들어가고 나니 나름 교양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깊은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럴 듯한 책장을 사서 책을 꽂기로 했다. 살아오면서 많은 책을 읽었다고 자부했건만, 막상 책장을 바라보니 5칸짜리에 2칸 채우기도 버거웠다. 그것도 '교양인'을 나타내기에는 턱도 없을 유치한 책들 한가득이었다. 평소 책장에 전집 사서 끼워놓는 사람들을 한심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정도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괜찮은 전집을 찾던 중 '로마인 이야기'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본의 여성 역사학자가 쓴 한국에서도 아주 유명한 로마 역사서이다. 하도 유명해서 이름은 지겨울 정도로 들었지만 사실 읽어본적은 없었기에 큰 결심을 하고 당시 출판되었던 12권까지 한 번에 구매를 했다. 그러고 나니 책장이 그럴듯해졌는데, 문제는 나름 책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대중서이기 때문에 내용이 복잡하거나 어렵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작가 자체가 아주 쉽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또 설득력 있게 글을 써내려가서 읽는대는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내가 너무 분석적으로 읽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한 페이지를 읽는데 5분이 더 결렸다. 사소한 사람의 이름과 지명까지도 기억하려고 하고 앞뒤 상황을 명확하게 하느라 한 줄 읽고 명상하고 또 읽고 명상하고.. 이런 식으로 하다보니 1권을 읽는데만 해도 한 달 가량이 걸렸다. 하지만 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얻은 가장 큰 결심은 내가 왜 군대를 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내가 비록 한국 사회에서 귀족 집단은 아니지만, 로마의 귀족들이 그랬던 것처럼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국가를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군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아주 멋있고 영광스럽게 느껴졌다. 사실 군대를 기분 좋게 갈 수 있었던데에는 이 책의 공이 컸다. 그러다 보니 책에 자세히 기술된 로마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있었겠는가. 결국 이 때문에 첫 유럽 여행의 목적지가 이탈리아가 되었다.

이번 글이 11일간의 여행의 첫번째 페이지이기에 서론이 길다. 서론 길어서 하나도 좋을게 없으니 이제 여행의 추억을 되짚어보려고 한다. 다만 이 글을 쓰기 전에 블로그에 남겨진 방명록이 이 글의 방향을 바꾸게 했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블로그에 특징을 담기 위해 '영국 어학연수'에 포커스를 두고 글을 몇 편 썼는데, 여학연수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을 자주 받았다. 한동안 여러 사정이 있어서 집필을 멈췄는데 마침 어떤 분이 내 글에 깊은 감사를 표하는 방명록을 남기고 가셨다. 이런 걸 보람이라고 해야하나. 사실 나는 이곳 생활에서의 경험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유럽 여행기가 나 이렇게 여행 갔다왔다고 자랑하는 것 보다는 나중에 여행 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유럽 여행을 꿈꾸는 분들에게 말이다. 물론 유럽 여행 시작을 대개 영국에서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유럽 여행을 꿈꾸는 분들에게도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이번 여행기는 하루의 여정 사이사이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팁을 적을 생각이다. 한국에서 산 유럽 여행 가이드만 믿고 있다면 며칠만에 배신감 느낄 수 있으니 조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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