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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재발견] 런던 오리지널 뮤지컬 '라이온 킹(The Lion King)'을 보다 본문

UK Story/영국의 재발견

[영국의 재발견] 런던 오리지널 뮤지컬 '라이온 킹(The Lion King)'을 보다

BigGun 2008. 6. 22. 03:35
사실 라이언 킹을 본지 꽤 지났다. 그 때의 감동을 바로 블로그에 남기고 싶었지만 너무나 피곤했기에, 그리고 아쉽게도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없었기에 포스팅을 미루다 보니 이렇게 까지 되었다. 하지만 더이상 포스팅을 미룰수 없기에 그 날의 감동을 많이 포기한 상태로 글을 쓰기로 했다.

     영국 어학연수를 계획하는 사람치고 런던 뮤지컬 한 두편 안 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국에 뉴욕 '타임스퀘어' 뮤지컬이 있다면 영국에는 런던 '피카델리 서커스' 뮤지컬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라이언 킹(The lion king), 맘마미아(Mamamia), 위윌락유(We will rock you), 시카고(The Chicago) 등이 메이드 인런던 뮤지컬이 되겠다. 런던 뮤지컬이 매력적인 이유는 한국에서 하는 뮤지컬 가격보다 훨씬 싸게 오리지널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하는 뮤지컬은 한국식으로 재해석해서 보여주는 경우가 많고 또 오리지널 팀이 오는 경우도 있지만 현지의 생동감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한국에 원정 와서 하는 공연인만큼 입장료가 훨씬 비쌀 수밖에 없다. 만약 한국에서 거의 맨 뒷자리 좌석 정도 가격이면 영국에서는 거의 최고급 자리에 앉아서 관람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학생할인이다. 국제 학생증을 제시하면 뮤지컬 표를 70% 정도 가격에 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다. 게다가 공연 직전에 남은 표를 떨이로 파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 역시도 런던 뮤지컬의 장점이다. 하지만 배낭여행객이 이런 시도를 하기는 힘들고, 영국에서 오래 거주하는 사람들 정도가 땡처리 표를 사서 관람 할 수 있다.

    요즘 런던 주요도시 여행을 UKstury.com를 통해서 다니고 있는데, 이 회사의 가장 훌륭한 여행상품이 런던 뮤지컬이다. 오후 2시 경에 본머스를 출발해서 6시 경에 런던 도착, 저녁 식사를 간단히 하고 7시 정도부터 시작하는 뮤지컬을 관람하고 다시 차를 타고 다음날 새벽 1시에 본머스에 도착하는 상품인데, 다른 것은 다 그렇다쳐도 차비와 뮤지컬 입장료만 계산해도 이런 가격이 나올 수 없는 보석같은 서비스다. 안타깝게도 여행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만 있다. 또 인기가 많기 때문에 미리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황금같은 기회는 날아가 버린다. 왜 이런 가격이 나올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자면, 내가 본 라이언 킹 티켓에 찍힌 가격이 35파운드인데 라이언 킹 여행가격이 45파운드이다. 결국 차비로 10파운드 낸 꼴이 되는데, 본머스에서 런던에 가는 왕복 차비가 최소 12파운드이다. 직접 갈 경우의 문제는 뮤지컬이 끝나는 시간 저녁 11시인데 이 때 본머스에 들어오는 버스를 탄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뮤지컬 극장 앞까지 데려다 주고 또 다시 그자리에서 픽업까지 해주는 서비스를 생각해 보면 얼마나 좋은 상품인지 이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뮤지컬 여행은 정말 엄청난 에피소드가 있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뮤지컬은 마지막 주 수요일에 있기에 5월 28일 수요일에 가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회사의 여행책자에도 그렇게 써져 있었다. 일주일전에 여행 예약까지 마치고 수요일은 오전 수업만 듣고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정장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아쉽게도 바깥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2시 30분까지 가야 하는데 설거지를 하느라 시간을 잡아 먹어서 비속을 허겁지겁 달려 2시 32분에 집합장소에 도착을 했다. 그런데 버스가 없는 것이었다. 대개 출발시간이 지나도 5분 정도 기다려 주긴 했지만 매정하게 떠난 줄 알고 어쩔줄을 몰랐다. 45파운드를 날렸구나 하는 생각에 멍 때리고 있다가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2분 차이니까 중간에서 잡아탈 수 없는지를 묻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전화에서는 뜻밖의 말을 했다. 28일이 아니라 29일이라고. 이번에는 완전 멍 때리게 되었다. 허겁지겁 여행 바우처를 확인해 보니 거짓말처럼 29일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알고보니 29일에 콜롬비아와 아일랜드의 축구가 있어서, 이번 여행만 목요일에 출발하게 된 것이었다. 참 어이가 없었지만 다시한번 마지막까지 여행 일정을 확인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2008년 5월 29일 목요일. 어제 처럼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툭 건들이면 내릴 것만 같은 날씨였다. 오늘은 여유를 가지고 터미널에 갔는데 이번에도 버스가 없는 것이었다. 어제 생각이 갑자기 들면서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물으며 쇼를 했는데 알고보니 좀 다른 곳에 주차된 것 뿐이었다. 이틀동안 버스가 눈앞에 없는 것을 경험하는 것은 그리 추천할 만한 일이 아니다. 그래도 버스에 안전하게 탑승하고 런던까지 가는 길에 잠을 푹 잤다. 중간에 휴게소에 멈췄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것이었다. 역시 영국에서 날씨가 가장 좋은 곳은 본머스였다. 다른데는 비가 다 내려도 본머스 만큼은 내리지 않는다. 한국인 동생 조니가 버스에 탄 것을 그제서야 발견했다.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조니랑은 별 얘기를 하지 않아서 서로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이 친해졌다. 2시 30분에 출발한 버스는 교통정체와 휴게소에서 다른 지역 사람들과의 합류를 기다리게 되면서 6시 30분에야 런던에 도착했다. 지난 번 런던여행 때 지나쳤던 곳들을 다시 한 번 보게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라이언 킹 극장은 트라팔가 광장에서 버킹검 궁 반대쪽으로 난 큰 길을 쭉 가다보면 나온다. 사실 이 큰 길가에는 라이언 킹 뿐만이 아니라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다양한 뮤지컬 극장이 모여있다. 다만 오페라의 유령[각주:1]만은 피카델리 서커스 주변에 있어서 거기에 일행을 내려준 뒤, 뮤지컬 극장가로 이동을 해서 라이언 킹 극장 앞에서 하차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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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뒤에 있는 건물이 라이언 킹을 공연하는 리슘 극장(Lyceum Theatre[각주:2])이 되겠다. 이날 여러 극장을 둘러 보았지만 이곳이 가장 큰 규모인 것 같았다. 이 극장에서는 라이언 킹만 공연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마법처럼 갖춰져 있었다. 일단 극장 위치만 확인하고 국제적인 레스토랑 '맥도널드'에서 저녁을 대충 해결하고 다시 극장으로 돌아왔다. 라이언 킹의 저녁 공연시간은 7시 30분 부터이다. 30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하니 미리미리 와서 자기 자리를 찾는 것이 좋다. 정말 안타깝게도 자리에 좌석 번호가 불분명하게 적혀있어서 허겁지겁 공연직전에 도착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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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곳이 라이언 킹 공연장이다. 나는 3층 자리였는데 말이 3층이지 한 7층 정도는 올라온 것 같았다. 그래도 무대가 한 눈에 들어왔다. 런던 극장 형태가 앞에서 뒤는 짧고 아래서 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래서 3층 맨 끝자리에서 아래를 내려보면 절벽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위의 사진은 내 자리에서 바라본 무대의 모습이다. 3층이긴 했지만 명당은 명당이었다. 하지만 정말 잘 보기를 원한다면 2층 앞자리를 추천한다. 참고로 1층은 'Stall'이라고 하고 2층은 'Dress circle' 3층은 'Royal circle'이다. 옛날 부터 2층 앞자리는 귀족들이 관람하는 좋은 자리로 여겨졌는데 'Dress' circle 이라는 이름도 이 자리에 앉으려면 옷을 잘 입고 와야 한다는데서 붙여졌다고 한다.

    공연 전에 놀란 것은 뮤지컬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한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 뮤지컬을 안 봐서 모르겠지만, 나는 연극처럼 CD를 틀어줄지 알았다. 하지만 위에 사진에서 보이듯이 무대 밑에는 대형 오케스트라가 있었다. 그 한 가운데는 음악감독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휘를 했다. 여담을 하자면 음악감독이 머리가 길어서 여자인 줄 알았다가 마지막 커튼콜 할 때서야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2층 양쪽 끝에는 드럼을 연주하는 곳이 있다. 라이언 킹의 무대가 아프리카 인지라 뮤지컬 음악이 아프리카의 경쾌한 드럼소리를 많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대가 예상외로 작은 느낌을 받았지만 막상 막이 올라가고 첫 장면이 시작하자마다 입이 벌어져 버렸다. 정말 사진을 못 찍어 온 것이 한스러울 정도이다. 무대는 옆으로는 좁았지만 앞뒤로는 길었고 또 높았다. 무대에서 계단이 튀어나오고 몇 겹의 무대에서 만들어내는 특수효가가 정말 장관이었다. 아무리 한국에서 그대로 재현을 한다고 해도 이 극장만의 특수효과는 모방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만화를 뮤지컬화 한 만큼 어떻게 캐릭터를 표현했을까 하는 점이 궁금했는데 정말 상상력이 대단했다. 연기자들이 탈을 쓰지 않고 해당 캐릭터를 잘 나타내는 인형을 몸에 붙여서 등장하는데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예를들어 새 캐릭터의 연기자는 새 색깔의 옷을 입고 머리에 새 모양의 인형을 달고 나오는데 자기 손으로 인형을 움직이면서 마치 새가 움직이는 듯한 표현을 한다. 탈을 쓰고 연기를 했다면 혹은 인형 옷을 입고 연기를 했다면 자칫 유치해 보였을 캐릭터의 표현이 너무나 세련되게 탈바꿈 되었다. 이 부분은 뮤지컬을 보니 않는 한 절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라이언 킹을 첫 뮤지컬로 선택한 이유는 친숙한 스토리에 영어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만화를 보지 않았지만 스토리는 대충 알고 있었기에 뮤지컬을 이해하는데는 어렵지 않았다. 또 뮤지컬에 나오는 음악이 매우 친숙한 것들이라 배우들이 라이브로 공연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소름돋치는 경험을 여러번 할 수 있었다. 재밌는 점은 뮤지컬에 등장하는 배우들이 거의 다 흑인이라는 점이다. 주인공 역시 흑인이다. 가끔 동양인이 엑스트라 정도로 출연했고 백인을 보기는 정말 힘들었다. 노래는 남자배우보다는 여자배우들이 잘 불렀다. 초반에는 음악보다 무대의 웅장한 스케일과 특수효과에 정신을 잃었다가 뒷부분으로 갈 수록 주옥같은 음악을 듣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

    뮤지컬은 중간 쉬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장장 2시간 30분간 이어졌고 마지막 커튼콜을 할 때까지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자리에 앉아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지만 버스가 바로 떠나기 때문에 서둘러 집합장소로 향했다. 극장을 나오니 중국에서만 볼 수 있을 것 같은 인력거들이 쭉 서있었다. 아마 저녁에 차가 없기 때문에 가까운 곳으로 데려다 주는 교통편인 것 같았다. 또 런던 밤거리를 연인과 함께 인력거로 이동하는 것도 뮤지컬의 감동을 배가 시켜 줄 것 같았다. 라이언 킹 부터 시작해서 이날 공연이 있었던 위윌락유, 시카고, 오페라의 유령 관람객들을 다 픽업하고 본머스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 수다쟁이 프랑스 아줌마를 만나는 통에 쓸데없는 얘기를 하느라 한숨도 못자고 새벽 1시 30분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기회만 된다면 UKstudy.com의 뮤지컬 상품을 다 이용하고 싶다. 지금 계획으로는 다음 뮤지컬은 오페라의 유령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사진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나만 알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1. 오페라의 유령이 상영되는 극장은 Her Majesty Theatre이다. 피카델리 서커스에서 한 블럭만 더 가서 아래쪽 길로 내려가면 바로 찾을 수 있다. 이 뮤지컬도 봤기 때문에 추후에 감상평을 올리도록 하겠다. [본문으로]
  2. 이 단어를 보고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식 영어로는 Theater로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ter 대신 tre로 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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