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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례] 가전사업이 계륵이라고?…옥동자로 거듭났어!

BigGun 2016. 10. 3. 01:46

등록 :2016-10-02 13:26 / 수정 :2016-10-02 20:48 


삼성 가전부문 “3분기 실적 기다려져”
갤노트7 리콜로 풀죽은 모바일쪽과 대조

삼성·엘지 가전 ‘신성장동력’으로 부활
엘지전자 생활가전 영업이익률 9.4%
삼성전자 영업이익률도 6.8%로 치솟아
가전부문 영업이익 7년만에 1조원 돌파



요즘 삼성전자에선 희한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가전사업부문 임직원들이 3분기 실적 발표를 손꼽아 기다린다. ‘서프라이즈’를 보여주겠다고 자신한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모바일사업 쪽이 풀 죽은 모습인 것과 대조적이다. 모바일 쪽은 갤럭시노트7 배터리 이상 연소에 따른 리콜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동안 삼성전자에선 실적 발표 때마다 모바일사업 쪽이 신바람이 나고, 가전사업 쪽은 움츠렸다. 가전사업 쪽 한 팀장은 “사실상 처음 느껴보는 자신감이다.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로 힘들어하는 휴대전화 쪽을 의식해 내색은 자제하지만 다들 같은 기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엘지(LG)전자 생활가전사업 쪽은 더 기세등등하다. 부서 회식이나 사업본부장 기자간담회 때마다 “가전이 잘돼야 (엘지)전자가 산다”는 건배사를 대놓고 외친다. 수시로 시장점유율·판매량·소비자만족도 ‘1등’ 성적표를 보도자료로 내놓고 있다.


가전이 달라졌다. 엘지전자 생활가전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9.4%에 달했다. 세탁기 등 일부 품목은 10%를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가전사업 영업이익률 역시 상반기에 6.8%까지 치솟았고, 일부 모델은 1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사업의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은 그동안 상상도 못하던 것이다.


엘지전자 생활가전의 영업이익률은 2013년까지만 해도 2%대였다. 2014년 3.7%로 올라섰고, 지난해 5.9%로 높아졌다. 삼성전자 가전사업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해까지만 해도 2~4%대에 그쳤고, 분기 단위로는 적자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2분기 삼성전자 가전사업 영업이익이 7년 만에 1조원을 넘었다. 3분기엔 전례 없는 폭염에 따른 에어컨 ‘대박’까지 더해져 두 회사 모두 생활가전 실적이 더욱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모두 초창기 주력사업은 가전이었다. 텔레비전으로 시작해 냉장고와 세탁기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88올림픽 때 우리나라의 대표적 전자제품은 컬러텔레비전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반도체와 휴대전화에 잇따라 밀렸다. 특히 냉장고와 세탁기 등 ‘백색가전’(당시 제품 겉면이 대부분 흰색이라 이렇게 불렸다)은 ‘계륵’으로 전락했다.


삼성전자 가전사업 쪽은 영업이익률이 바닥을 치다 못해 때로는 적자까지 기록하면서, 휴대전화 쪽 동료들이 해마다 거의 연봉에 준하는 성과급을 받아가는 것을 구경만 해야 했고, 가전사업 쪽으로 발령나면 ‘물먹었다’는 말까지 들었다. 한때 “이건희 회장이 매각을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고, 급기야 그룹 미래전략실의 경영진단을 받는 수모까지 겪었다. 엘지전자 가전사업은 외국 유명 컨설팅업체의 진단 과정에서 분리 매각 대상으로 꼽힌 바 있다.


지금 모습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다 다시 ‘옥동자’로 거듭난 셈이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사업구조 개편이라는 이름으로 방위사업과 화학사업을 매각하고 패션과 광고 등을 뒤로 물리면서도 가전사업은 손대지 않고 있다. 엘지전자 역시 가전사업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가전사업을 총괄하는 윤부근 사장을, 엘지전자는 생활가전사업본부를 이끄는 조성진 사장을 각각 대표이사로 선임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가전사업부문을 대우하기 시작했다.


두 회사 직원들은 “절치부심하며 혁신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처음에는 허리띠를 졸라맸단다. 납품업체를 압박해 원가를 줄이고 인력도 감축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연명하는 것밖에 안 됐다. 그러는 사이 실적은 더 악화됐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새 길이 보였다. 혁신이었다. “휴대전화는 혁신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변신하며 화려한 날개를 펼치는데, 가전제품은 왜 안 돼?”


양쪽 모두 가전사업에서 잔뼈가 굵어 기술과 제품에 정통한 임원을 발탁해 수장에 앉힌 뒤 전권을 줬다. 윤부근 사장과 조성진 사장이다. “당신이 최고 전문가이니 맘껏 해봐라. 그래도 못하면 정리하는 수밖에 없다.” 배수진을 친 혁신이 시작됐다. 소비자들이 어떤 기능을 원하는지를 상시적으로 조사해 제품에 반영하고 성능과 내구성을 높였다.


이후 두 업체 제품에선 엄청난 혁신이 이뤄졌다. “언론까지 생활가전을 천덕꾸러기 취급해 주목해주지 않아서 그렇지, 삼성과 엘지가 세탁기와 에어컨 등에서 이룬 혁신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내놓은 것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 엘지전자 생활가전 홍보를 오래 해온 차장급 직원의 말이다.


세탁기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세탁기를 사용하면서 겪은 불편 가운데 하나는 주로 겉옷인 색깔 옷과 속옷인 흰색 옷을 따로 빨아야 하는데 세탁통이 하나뿐이라는 점이다. 흰색 옷을 빤 다음에 색깔 옷을 빨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남자와 여자 속옷을 따로 빠는 사람도 많은데, 그러려면 종일 세탁기를 돌려야 했다. 엘지전자는 세탁통 2개가 동시에 돌아가는 세탁기를 개발해 이를 해결했다. ‘트롬 트윈워시’다. 이 제품은 세계시장에서 ‘초대박’을 치고 있다.


이전의 전자동 세탁기는 일단 시작 버튼을 누른 뒤에는 빨래를 추가하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세탁기를 돌리기 전 빨랫감을 빨리 내놓으라고 독촉하고, 심지어 입고 있는 것까지 벗겨 세탁기에 넣기 일쑤였다. 삼성전자는 이 점을 살펴 세탁기가 돌아가는 중간에도 옆문으로 빨래를 추가할 수 있게 했다. ‘애드워시’ 세탁기다. 이 제품도 히트를 치고 있다.


에어컨도 혁신으로 거듭났다. 에어컨 하면 바람이 기본이다. 바람 세기로 시원함을 더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대신 소음이 더 나고, 어르신과 아기는 냉방병이나 감기에 걸리기도 했다. 이를 ‘무풍’ 에어컨으로 해결했다. 일정 온도까지 냉방이 되면 냉기만 내보내는 것이다. 여름에는 에어컨으로, 겨울에는 온풍기와 제습기로 쓸 수 있게 해 여름 상품이던 에어컨을 사계절 상품으로 탈바꿈시키기까지 했다.


냉장고도 거듭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새 냉장고 ‘패밀리허브’를 내놨다. 냉장고 광고라면 넓이와 냉장·냉동 성능을 자랑하고 사용의 편리성을 강조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패밀리허브는 가족 간 소통을 앞세운다. 냉장고 문에 인터넷 연결 기능을 가진 대형 디스플레이를 달아 주방을 가족의 소통공간으로 바꾼다. 남편과 자녀가 아내와 엄마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생일파티 때는 축하 메시지를 담은 영상이 뜬다. 냉장고 안 식재료를 파악해 부족한 것을 바로 주문하고, 유명 셰프의 레시피를 받아볼 수도 있다.


또다른 변신 화두는 융복합이다. 기존 제품의 기능과 기술을 융합해 새 제품을 만든다. 대표적인 게 엘지전자 ‘트롬 스타일러’다. 조성진 사장은 해외출장 때마다 재킷·바지·와이셔츠가 구겨져 불편했다. 아내가 욕조에 따듯한 물을 받은 뒤 곁에 걸어놓으면 펴진다고 알려줬다. 기존 세탁기와 냉장고 기술로 이를 구현한 게 스타일러다. 이 제품은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혁신을 통해 편의성을 높이면서 성능과 내구성을 강화했으니 프리미엄 대접이 따라온다. 두 업체 제품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북미와 남미에서도 프리미엄급으로 꼽히며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가격을 높게 책정해도 잘 팔리니까 영업이익률과 브랜드 가치가 함께 올라간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아직 장악하지 못한 시장이 있다. 빌트인(붙박이) 시장과 유럽의 프리미엄 생활가전 시장이다. 유럽은 보쉬와 밀레 등 현지 ‘강소’ 가전업체들의 아성이 워낙 튼튼하다. 삼성·엘지전자는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 “프리미엄 전략으로 유럽시장을 뚫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마진이 좋은 빌트인 시장이 주요 목표다.


엘지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 ‘엘지 시그니처’를 앞세운다. 올레드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공기청정기 등 4가지 제품으로 구성됐는데, 각각 최고 제품으로 구성하면 총 판매가가 5900만원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비롯한 프리미엄 주방가전과 최근 인수한 미국 빌트인 가전제품 브랜드 데이코를 선봉에 세웠다.


가전업계에선 요즘 “가화만사성”(‘가’전이 시작했다. ‘화’려한 변신을. ‘만’물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시대. ‘성’공을 이끌어간다)이란 건배사도 유행이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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