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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15년만에 다시 찾은 천년고도 경주 - 계획편

BigGun 2013. 6. 23. 20:45

솔직히 경주는 멀다. 특히 수도권에서 경주를 가기에는 부담이 된다. 운전해서 가는 것은 시간과 체력의 부담이, KTX나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도 비용적 부담이 크다. 그래서 수학여행으로 가는 것 같다. 한번 가볼 만한 곳이지만 딱히 혼자가기에는 힘든 곳이니까 단체로 가보자 이런게 아닐까. 몇년 전부터 경주를 가보고 싶었지만 이런 연유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숫제 제주도라면 비행기를 타고 신나게 놀고 오겠지만, 경주는 수학여행의 기억 때문인지 몰라도 '계륵' 같은 존재였다.

 

수학여행으로 경주를 두 번 다녀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한 번, 중학교 2학년 때 한 번. 2년 터울로 다녀온 경주는 좋은 기억 반, 그저 그런 기억 반이다. 궂이 나쁜 기억까지는 없다. 불국사 아래 쪽에 모여있는 수학여행용 단체 숙소에 2박 3일간 기거하면서 경주의 곳곳을 돌아보는 수학여행. 3일 이란 시간을 경주로 채우기 부족했는지 반드시 포항에 가서 포항제철과 바닷가에 가서 문무왕릉을 보고 와야 한다. 근데 말이 3일이지 첫째날 아침일찍 출발해서 경주에 도착하면 오후 쯤이고 경주 입구에서 포석정, 김유신묘 같은 곳을 둘러보고 숙소로 오면 하루가 끝난다. 그리고 밤에는 레크레이션과 장기자랑으로 광란의 밤을 보낸다. 둘째날은 경주 시내를 돌아다니며 주요 유적지를 둘러보고 포항행 다시 돌아와서는 진짜진짜 광란의 밤을 보낸다.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마지막 날은 대충 경주에서 못 본 곳을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온다. 둘째날 부터 차에서 내리는 것이 지겹게 되고 셋째날은 거의 기절직전의 상태로 고속도로를 달린다.

 

이런 기억 때문에 경주에 대한 고민이 컸다. 게다가 내가 기억을 잘 하는 편이라 두 번 정도 다녀온 경주는 머리 속에 아주 생생했다. 너무 생생해서 새로운 것이 없을 것만 같았다. 오랜 고민 끝에 가족과 함께 경주를 다녀오기로 했다. 아직 보문단지를 가보지 않았고, 파도소릿길이라는 새로운 장소를 알게 되었고, 경주의 명물이 한우라는 것, 경주빵을 직접 본 고장에서 맛보자라는 생각이 뭉쳐서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이동하기

내가 사는 일산에서 경주를 가기 위해서는 무려 5시간이 소요 되었다. 며칠 전부터 아침 일찍 혹은 새벽 녁에 네이버 길 찾기를 돌려봐도 빨라야 4시간 30분이었다. 중간중간 휴게소도 들려야 하고 식사도 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봤을 때 운전만 왕복 10시간. 지금 차를 산지 3년이 지났는데 가장 멀리 다녀온 것이 속초였고 그 때는 왕복 7시간이었다. 최고로 멀리 가야 한다는 점에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다행히 경주에 도착하면 그 안에서는 편안해 보였다. 15년 전이긴 했지만 그 때의 기억으로도 관광지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던 것 같다. 일단 경주에 입성하고 나면 마음 편히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은 천만 다행이었다.

 

잠자리

경주에서 단체로 호스텔 급에서 잔 기억밖에 없어서 숙소 고르기에 신중을 기했다. 부모님의 신혼여행지가 경주였고, 그 때 코오롱 호텔에서 주무셨다고 해서 우선적으로 고려를 했다. 하지만 호텔은 취사가 되지 않았고 호텔에 가족이 묵기 어려웠기에 콘도로 방향을 바꿨다. 예전에 회사 선배가 경주 대명콘도 숙박권을 양도해주려고 했던 기억에 찾아보니 역시나 경주에서 갈 만한 곳으로 추천되었다. 최근에 지어졌고 위치도 보문관광단지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방에서 내려다 보이는 보문호의 경치가 압권이었다. 하지만 2주전에 예약을 하려고 했더니 이미 만석이었고, 약간의 희망을 가지고 대기예약을 했지만 예상되로 방은 나오지 않았다. 대행예약사이트에서 추천한 다른 숙소로 거처를 정했다.

 

먹거리

내 소견일지 모르지만, 솔직히 경상도는 먹거리가 약하다. 전라도 쪽에 가면 상다리가 부러지게 산해진미를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경상도에서는 그런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부산의 회이고 대구는 곱창이다. 재료의 신선함으로 별다른 가공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경주는 뭐가 유명한가 찾아보니 경주 천년한우라는 것이 있었다. 횡성한우는 들어봤지만 경주한우는 처음이었고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처음 듣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래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름을 걸로 미는 음식이니 믿어보기로 했다. 한우 위주로 찾아보니 경주 떡갈비가 가장 많이 검색되었고, 석쇠 불고기와 갈비찜도 있었다. 이것들을 다 먹어보기로 했다. 여기에다가 불국사 근처에 순두부가 유명하다고 했고, 의외로 쌈밥집이 검색이 많이 되었다. 아마도 고기만으로 배를 채우기 어려우니 쌈밥이 많이 생긴 것 같았다. 여기에 기차역에서 자주 봤던 경주빵을 포함시켰다. 회사에서 휴가낼 때도 복귀하면 경주빵을 사오겠다고 약속했기에 꼭 챙겨 먹어야 할 먹거리였다.

 

즐길거리

솔직히 두 번의 수학여행으로 유적지는 완전정복했다.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졌고 아니나 다를까 경주에 들어온 순간부터 옛 기억이 주마등 같이 지나갔다. 경주는 땅을 조금만 파도 유물이 나온다는 곳이기 때문에 쉽게 개발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15년 만에 찾은 경주도 그 전과 별 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다만 수학여행 일정 때문에 방문하지 못했던 보문관광단지에 대한 기대가 컸다. 50만평의 인공호수 보문호 주변에 있는 유명 숙소 그리고 유락시설이 흥미로웠다. 그 다음 우연히 발견하게 된 파도소리길. 문무왕릉 아래로 내려오면 월성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데 그 밑으로 더 내려오면 파도소리길이라는 곳이 있다. 해안을 끼고 나있는 길을 걸으며 휴식을 할 수 있다는 곳이었는데 주차장이나 시설이 부족하지만 새로 각광을 받는 곳이라 해서 가보기로 했다. 수학여행 당시 저녁에는 광란의 파티를 즐겼기 때문에 경주에 야경 볼 만한 곳이 있을지 전혀 몰랐다. 하지만 15년 사이에 경주는 많이 변하지 않았지만 관광 마인드 만큼은 엄청 성장했다. 예전 기억에 큰 임팩트를 받지 못했던 안압지가 야간 개장을 하여 야경감상의 명소로 급부상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였기에 저녁도 그냥 보낼 수 없어서 필수 코스로 포함시켰다.

 

이렇게 여행에 대한 계획을 세웠고, 6월 6일 현충일 일찍 일산을 출발하여 경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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