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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이어트 일기

나의 다이어트 일기 (1) 살과의 전쟁을 선포하다

BigGun 2011. 2. 26. 23:03

항상 그렇다.

똑같은 반복의 연속이다.

맛있게 먹는다. 어느 순간 살이 찐 것 같다.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한다. 운동도 하고 금식도 하고결국 조금 살이 빠졌을 즈음에 이 정도면 됐어하는 안도감이 든다. 독하게 먹었던 마음은 서서히 풀어지고 쳐다보지도 않았던 음식에도 손이 가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뺀 게 있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아같은 생각과 함께 서서히 예전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다시 살이 찐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작년 말, 연말이다 뭐다 하면서 정신 없이 일하고 또 회식에 열중하고 있을 때 몸이 많이 피곤하다는 것을 느꼈고 주치의 선생님을 찾아갔다. 역시나 몸 상태는 완전 망가져 있었고 특단의 조치가 내려졌다. 식욕을 감퇴시키는 약과 함께 매일 땀나게 운동할 것, 그리고 먹는 것은 절반으로 줄일 것 등등그래서 어느 정도는 효과를 보는 것 같았다. 초반 며칠간은 몇 칼로리를 먹었는지도 기록을 했다. 하지만 다시 바쁜 업무 속에서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을 빼야하나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먹는 것 만큼은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는 기조 하에 다시 넋 놓고 먹기 시작했다. 며칠 간 빠지는 것 같은 체중은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않는 상황이 되었고, 연말에 내년에는 몸짱이 되겠다는 당찬 선언만을 남긴채 새해를 맞았다.

그리고 새해 결심에는 매 달 2kg씩 감량하겠다는 미션을 올려두었다. 초반에는 휘트니스 클럽에도 열심히 가고 음식조절도 잘 했다. 하지만 업무가 바빠지면서 다이어트에 대한 마음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결절적으로 출장을 다녀오면서 다이어트와는 굿바이를 했다. 출장은 엄청난 시련이다. 출장 전에는 바쁜 업무 속에서 출장준비를 하느라 퇴근이 늦어지고 몸이 피곤해 지면서 식욕을 컨트롤 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출장가면 힘들어서 살이 빠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먹는 것에 대한 경계를 풀게 된다. 출장 길. 순수 비행시간으로만 13시간이 넘는 이동을 하는 동안 가만히 앉아서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간식을 먹고 음료수를 마시고 또 밥을 먹고 자고 영화를 보고 이렇게 시간을 보낸다. 사육과 다름없다. 하이라이트는 출장 중. 한 분기에 한 번 정도 방문하는 담당지역이라 밤낮 가릴 것 없이 업무에 매달리는 통에 불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면서 폭식을 일삼게 된다. 게다가 한국에서 손님이 왔다는 명분으로 고칼로리의 식사를 아주 풍성하게 대접 받으면서 잠시 다이어트에 대한 생각은 안드로메다에 날려보내고 그렇게 일주일을 보낸다. 다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사육을 당하고, 출장 복귀 후에는 본사의 밀린 업무, 출장 후속 조치, 시차 적응 등으로 몸은 극도로 피곤한 상태가 된다. 이 때부터는 다이어트는 이 세상에 없는 단어가 되어 버린다. '생존의 문제'라는 말도 안 되는 명분을 내세워 마구 먹어댄다.

그 결과 오늘 체중계 위에서 내가 태어나서 가장 높은 숫자를 보게 되었다. 사실 요즘 불안하기는 했다. 단적으로 내 체중은 얼마나 자주 치킨을 먹느냐로 판단할 수 있다. 출장 복귀 후 거의 이틀에 한 번 정도 치킨을 먹었다. 잠자는 시간도 불규칙했고, 몸은 지칠 대로 지쳤다. 지친 몸은 고칼로리 음식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면서도 끝없이 먹을 것을 갈구했다. 그 결과가 바로 오늘의 숫자다. 너무 놀란 탓에 헛웃음이 나왔다. 걸을 때 조차도 숨차하고 계단을 오를 때 호흡이 가팔라졌다는 느낌은 그냥 온 것이 아니었다. 아침에 조금만 뛰어도 종아리가 당겨오고 몸이 지친 것도 엄청난 체중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항상 배에 뭔가 찬 것 같은 느낌, 그러면서도 계속 입안에 무엇인가를 넣고 있는 내 모습. 이 보다 한심할 수가 있을까.

그러면서도 TV 속에 나오는 아이돌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날렵한 몸매, 턱선, 놀라운 동안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빅토리아 보다는 닉쿤에게 눈길이 간다. 여자보다 더 매력적인 아이돌들. 또 그 뿐만인가 몸짱들의 향연. 얼굴은 아이같고 몸은 글래머스한 여자들은 베이글녀라고 한다는데, 요즘은 남자들도 비슷한 공식이 성립하는 것 같다. 아주 동안 얼굴에 몸은 해병대 뺨치는 극한몸짱. 아니나 다를까 오늘 휘트니스 클럽을 가보니 이런 컨셉을 달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동지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운 목표가 쉽게 달성된다면 많은 이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예전에 샤이니가 출연한 쇼를 봤는데 저녁 7시 이후로는 아무것도 안 먹는다는 말을 듣고 '대단하다' 플러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일생에 태어나서 그렇게 한 번 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나 간절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공부만 열심히 하다가 대학생이 되면 살이 쫙 빠질 것이라는 환상을 가졌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군대에 갔다 오면 몸짱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군대를 전역하면서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살을 빼야겠다는 매일 같이 결심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면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회사에 들어왔고, 새로운 환경 속에서도 나는 덩치 큰 이미지를 계속 가지고 있다. 이제는 바뀔 시점이다. 지금까지는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당장 바뀌어야 한다. 30대가 되기 전에 몸짱이 된다는 목표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올해가 지나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당장 이번 여름에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는 몸을 만들겠다는 독한 마음이 필요하다.

중학교 때부터 갖고 있던 가장 큰 착각. ‘내가 날씬하기까지 하면 세상은 너무나 불공평하다이제는 불공평하게 만들어 볼 시점이다. 일단 날씬해져서 사람들이 불공평하게 느끼는지 아닌지 직접 확인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그래서 난 오늘 과감히 선언하다. 특별한 의식도, 유별난 실천방법도 준비하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내 원래 모습을 찾기 위해 살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올해는 기필코 살 속에 감쳐진 내 원래 모습을 찾으리라.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이 성스러운 전쟁을 수행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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