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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가는 대로

자랑스러운 일

BigGun 2008. 4. 12. 06:15
영국 출국날짜는 2008년 4월 5일
18대 총선날짜는 2008년 4월 9일

    가장 적절한 날이라고 생각해서 정한 출국일이었지만 선거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문득 서글펐다. 참정권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평생에 몇 번 행사할 수 없는 투표권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부재자 투표라는 좋은 제도가 있었고, 언제 신청을 할 수 있는지 예의 주시했다. 인터넷과 길거리에는 부재자 투표 신청 안내가 붙어 있었고 근처 동사무소에 가서 신청을 했다. 걸린 시간은 고작 1분. 약 4일 후 후보자들의 정보와 투표용지가 담긴 우편물이 도착했다. 선거 전에 투표용지를 만져본 느낌이란. 선거홍보물을 차근차근 보고 누굴 뽑을까 잠시 생각한 뒤 결정을 했다. 물론 집에서 도장을 찍는 것이 아니라 부재자 투표소에서 투표를 해야한다. 며칠 후 투표소가 위치한 구청에 방문해서 신성한 나의 한 표를 행사했다. 출국준비로 바쁜 나날이었지만 선거를 위한 스케줄만은 분명하게 구분시켜 놓았다. 아마도 선거가 나의 출국전 마지막 공식일정이었던 것 같다. 해외에 있어서 투표를 하지 못했던 지난 지방선거의 아쉬움을 이번에 풀게 되어 속이 시원했다. 지금까지 각각 한 번씩의 총선과 대선을 경험했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투표를 할 수 있을까.

    요즘 뽑을 후보다 없다 정책이 마음에 안든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국회의원이 없어지느냐? 그건 절대 아니다. 내가 투표를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뽑히게 된다. 그것이 바로 선거이다. 선거에 대한 연습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했다. 반장선거, 학생회장선거 이런 것들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배우는 과정이다. 어렸을 때 부터 누군가는 반드시 당선이 된다는 사실과, 참정권자들의 적극적 참여가 중요함을 배웠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살이 넘었다는 사람들이 뽑을 사람들이 없다며 관심이 없다며 투표권을 포기하고 있다. 얼마나 한탄스러운 일인가. 내가 있는 영국과 근처의 프랑스 그리고 여러 유럽국가 사람들은 참정권을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쏟았는지. 아무런 희생없이 얻게된 참정권에 아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않은 요즘 세대가 안타까울 뿐이다. 얼마전 대학 학생회장 후보로 나온 사람들이 학생회비를 내지 않았다는 기사가 큰 특종이었다. 어떤 기자인지는 몰라도(아마도 특정 후보가 제보했을런지 모르지만) 정말 장한 일을 했다. 나는 학생회가 무슨 일을 하든 정책이 마음에 들던지 안들던지 학생회비는 꼭 낸다. 그래야 학생회가 유지될 수 있고 누군가 좋은 학교 만들기에 열심히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능력한 대의를 상실한 학생회라며 학생회비를 안냈다고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 후보라면 아웃이다. 물론 이것 때문은 아니겠지만 학생회비를 완납한 후보가 당선이 되었었다.

    무슨 일이던지 한꺼번에 변할수는 없다. 요즘은 빠른 것에 너무나 익숙하다. 인터넷도 빠르고 차도 빠르고 심지어 엘레베이터도 빠르다. 3, 40층의 건물이라 할지라도 옥상까지 1분안에 도착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자신들의 한 표가 당장 효과를 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하나도 없고 내가 한 표 던지든 안 던지든 누군가는 될거고 그래서 될대로 대라는 식이다. 얼마나 어리식은 일인가. 아무리 바보같은 후보들이라 할지라도 그중에서도 가장 괜찮은 바보를 선택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국민들이 분명하게 후보들을 관찰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하지 않을까. 그래야 다음 선거 적어도 언젠가는 후보들이 국민이 무서운 것을 알고 제대로 행동하게 되지 않을까. 정말 어리석은 비투표자들은 자신이 계속 정책에서 소외될 것임을 모르고 있다. 아주 쉬운 일이다. 만약 20대의 투표율이 지금처럼 계속 낮다면 그 어떤 후보도 20대를 위한 정책을 만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20대들은 매력적인 집단이 아니다. 그들은 정치 자체에 관심이 없기에 그들을 만족시켜더라도 표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들의 행보에 관심이 많은 그룹에 집중하게 된다. 선거가 시작되면 후보들이 지역구 내 노인정 인사부터 다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어르신들은 지팡이를 짚고서라도 휠체어를 타서라도 반드시 선거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후보가 주는 뇌물에 쉽게 흔들리고 편향된 정보에 움직인다 할찌라도 그것은 차후에 생각할 문제다. 일단 그들은 선거에 참여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정책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1년 내에 또다른 선거가 없음에 참으로 감사한다. 외국에 있어서 선거를 못하게 되는 일은 참 서글프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지역구 후보가 선거사범이 되어 보궐선거가 이뤄진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금까지도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자랑스럽게 얘기할 이야기. 출국 전 부재자 투표를 한 일. 내 자식, 그리고 그 후손들에게도 정말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을것 같다.

행동하는 민주시민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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