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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가는 대로

겁나는 결과

BigGun 2007. 11. 27. 01:03
(2004/03/15 (월) 22:47 에 썼던 글입니다.)

요즘 제가 블로그에 너무 무심했지요? 도통 방명록에 글이 안 올라오는 터라 어느 분들이 오시는지는 잘 모르지만 매일 같이 올라가는 방문자 카운터를 보면 많은 분들이 제 블로그를 사랑하시는 구나 하는 생각에 글을 올려야지 재밌는 걸 찾아야지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네요.

역시 학기에 들어가니까 정말 짬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마치에 전투가 시작된 것 같은 느낌이라니까요. 하루하루 짜여진 시간표와 하루가 다르게 생기는 스케쥴. 아침에 일어나서 늦은 밤 잠에 들 때까지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시간을 내서 '느리에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책을 꼭 읽어봐야 겠어요. 오늘은 도저히 안되겠다 해서 블로그에 글을 남깁니다. 글을 못 남기는 이유 중의 하나는 너무 쓰고 싶은게 많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쌓인 소재가 너무나 많아서 한 번 풀어버리면 처리를 할 수 없어서요. 그렇다고 하나 달랑 남기기에는 제 마음이 허락치 않고... 밀린 일기를 못 쓰는 이유는 꼭 다 이어써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지요? 제 마음이 허락치 않는 터라 '좋은 친구'에서 좋은 글을 올려봅니다. 정말 멋진 글인 것 같습니다. 저작권 허락을 받지 않고 올려서 죄송하지만 이정도는 용서해 주시겠지요? (제 바람입니다.)

여러분은 천재엄마, 천재아빠, 천재동생과 살고 계세요? 아니면 바보천치 가족과 살고 계세요?

(우덕선 님 | 소설가)

팔불출 소리 듣는 걸 겁내지 않으면 늘 자식 자랑을 한다. 우리 두 아이는 엄마를 이렇게 부른다. 바보주책엄마. 그래도 상관없다. 나는 겁나지 않는다. 바보주책엄마를 내 두 아이가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나는 보통아기 둘을 4년 간격으로 낳았다. 그 뒤 22년 동안 두 아이를 천재로 길러 천재청년, 천재여고생이 되었다. 수영과 피아노, 테니스, 스케이트, 스키를 가르친 적은 있지만 영재학원에 보낸 적은 없다. 취미과목을 가르칠 때 매번 이 엄마는 감탄하였다. "너는 확실히 천재야! 엄만 너처럼 뭐든 잘하는 애를 본 적이 없어!" 그럴 때마다 선생은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드님, 따님이 가장 처지는데요." 흥, 마음대로 말하라지. 나는 내 자식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일부러 따로 칭찬을 하는 게 아니다. 우리 애들이 뭘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마는 감격해 버리기 때문이다. 떨어지는 학과성적에도 엄마는 장담을 뻥뻥 한다. "진짜 잘한다. 너는 천재야. 옛날에 이 점수면 전교 일등했다." 사실이다. 요즘 애들은 너무 공부를 시켜서 시험점수가 모두 좋다. 그러고도 갈 대학이 마땅치 않아 전전긍긍해야 한다니 도대체 누구 잘못인가. 큰애가 어릴 때, 노상 친구들을 데리고 와 집안을 시끄럽게 하며 어지럽혔다. 친구들이 오면 문을 열어주기 전에 반드시 물었다. 암호를 대야 들어올 수 있는 집이었다. "암호!" "황도연 천재!" 그러면 문을 열어 주는 것이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엄마는 여전히 물었다. "암호!" "에이, 아줌마, 이제 그만할래요." 최초 반란을 시도한 녀석을 나는 잊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엄마와 그동안의 친구들 덕분에 우리 아이는 정말 천재가 되었다. "자아, 요리천재의 라면이 나왔습니다. 내일은 황금달걀볶음밥!" "천재작곡가, 천재라커의 노래를 들어 보시라!" 새벽부터 집이 쾅쾅 울린다. 천재의 엄마는 동네에서 쫓겨나지 않을까 자주 마음을 졸인다. 보통자식이 천재가 된, 겁나는 결과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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