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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K Story/영국의 재발견

[영국의 재발견] 위풍당당 런던(London) 입성기

BigGun 2008. 5. 31. 09:54
영국에 입국한지도 어언 7주가 지났다. 6주차 때 지난 시간들을 회고하면서 정리하는 글을 남겼었는데 그 글을 자세히 보면 논리적 구조가 있다. 글 자체의 문법적 구조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숨겨진 구조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제작년 아프가니스탄에서 7개월간 생활하면서 터득한 것이다. 논리는 아주 간단하다. 서두르지 말고 매주 이벤트를 하나씩 만들라는 것이다. 예를들어 핸드폰과 티비를 사야 한다고 할 때 한국 같으면 한번에 두 가지를 사버리는게 좋지만 여기서는 한 주는 핸드폰 알아보고 그 다음 주는 직접 핸드폰을 사는 식이다. 한국에서 원샷에 끝낼 것을 이곳에서는 최대한 시리즈로 만들어 버리는게 중요하다. 왜 그럴까 궁금할텐데, 외국 생활을 홀로 하다보면 쉽게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본머스에 한국인이 꽤 있는 편이긴 하지만 가족과는 분명히 다르다. 결국에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쉽게 지치고 외로워서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매주 특별한 (작은 것일지라도) 이벤트를 만들고 그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주는 '영국주간'이다. 한국에서 생각했을 때는 당장 영국에 도착하자마다 런던에 가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여유를 두고 가자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제 영국생활도 익숙해져가고 있기에 런던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런던 중심부 관광, 다음주는 런던 뮤지컬 관람, 그 다음 주는 생일기념 런던방문이 예정되어 있다. 앞으로는 런던을 스스로 찾아가겠지만 첫번째 방문은 누군가의 안내를 받고 싶었기에 UKstudy.com의 런던 Sightseeing 익스커션을 이용하기로 했다. (블로그 데이터 에러로 인해 이 뒷부분에 쓴 글이 지워졌다. 며칠간 충격에 휩싸여 있다가 다시 기억을 되살려 새로 집필했다.)

    영국에서 음식과 날씨는 모두가 싫어하는 것들이다. 이 두가지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 영국이 자랑스럽게 내놓는 음식이란 것이 대구살과 감자 튀김, 일명 피쉬엔 칩스이다. 영국 날씨는 여자의 마음 같아서 하루에도 변덕이 엄청나게 심하다. 일기예보는 사실상 그냥 참고사항일 뿐이다. 그래도 런던 방문을 앞두고 일기예보를 예의주시해왔는데, 처음에는 날씨가 맑다고 했다가 비가 온다고 했다가 다시 흐려진다는 등 하루에도 몇 번씩 예보가 바뀌는 것이었다. 최종적으로 확인해보니 아침에 약간 비가 내렸다 맑아진다고 해서 과감하게 여행 신청을 했는데, 결재를 마치고 다시 확인해 보니 "Heavy Rain" 그냥 비도 아니라 엄청나게 강한비가 내린다는 것이었다. BBC에서는 기상주의보를 내리기도 했다. 첫 런던 방문인데 날씨가 이래서 걱정이 많았다.

2008년 5월 25일.

    지난 스톤헨지 & 바스 여행 때도 그랬지만 내일이 공휴일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여행을 갈 수 있었다. 그래도 어제 늦게 잔 까닭에 아침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눈을 비비며 일어났을 때 문득 날씨가 생각이 났다. 블라인드를 걷어보니 다행스럽게도 비가 내리지 않았다. 그래도 툭 건들면 바로 쏟아질 테세였다. 준비를 마치고 집합장소인 아스다 앞으로 갔다. 지난 익스커션 때는 버스가 한 가득 차서 떠났는데, 이번에는 자리에 여유가 좀 있었다. 그래도 두 자리가 빈 곳은 찾지 못해서 브라질에서 온 다니엘리 양과 동석을 했다. 처음에는 말을 붙이기 어려운 듯 했으나 인사를 건네자 반갑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피곤했던 탓에 짧은 대화 후에 잠을 청했다. 첫 여행 때는 고속도로 달리는 것도 신기해서 계속 구경했는데, 차를 타고 몇 번 여행을 해보니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았다. 2시간을 넘게 달렸을까. 히드로 공항 표시가 보이더니 곧 런던 외곽이 보였다. 본머스에는 드문 높은 건물들과 커다란 광고판이 보이자 영국의 수도에 도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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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30분.
유럽 여행 가이드에 보면 버킹검 궁의 근위병 교대식이 11시 30분에 시작한다고 한다.
절묘한 타이밍에 감탄하며 버킹검 궁으로 달려가는 찰라 런던의 상징 말을 탄 경찰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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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운이 좋게도 사진이 잘 찍히는 자리를 잡았다. 일기예보 덕분이었다.
비가 엄청나게 올 것이라는 예보탓에 사람들이 평소보다 적게 모였다고 한다.
붉은 옷을 입은 군악대가 화려하게 버킹검 궁 안으로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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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왕이 살고 있는 버킹검 궁전.
예상보다는 소박해 보이는 외관에 약간 놀랐고, 여왕이 거하고 있다는 뜻인 깃발이 내려져 있어서 아쉬웠다.
언젠가는 저 안에 한 번 들어가봤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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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난 여행이라 사진 찍기가 상당히 난감했다.
버킹검 궁전 앞의 탑에서 셀카를 찍으면서 쇼를 하자 근처에 있던 다니엘리 양이 기꺼이 사진을 찍어주었다.
이래서 사람들을 알아두는 것은 참 귀중한 자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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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이드 해리 아저씨는 절묘한 타이밍에 자신이 가장 흥분했다.
버킹검 궁 옆에 있는 왕자를 사는 곳, 우리로 치면 경복궁 옆에 창경궁 정도가 될라나, 그 궁전 앞이다.
이곳에 도착하자 마침 교대식을 마친 근위병들이 입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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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궁전을 지키고 있는 근위병.
영국 본토인이 아닌 것이 놀랍기도 하고 옆에서 사진을 찍어도 꿈쩍도 안하는게 신기했다.
사진 찍히는게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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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게도 사진을 찍어준 브라질에서 온 다니엘리 양.
브라질 레드 불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하는데 영국 레드 불에서 일하고자 왔다고 한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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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킹검 궁전 앞에 있는 공원.
고요한 호수와 푸르른 나무들이 어울려진 아름다운 곳이었다.
내 머리 옆 쪽으로 보이는 원형 관람차가 런던의 상징 런던아이(London Ey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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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만 보던 버킹검 궁전을 직접봤다는 감동에 안내푯말을 사진에 담았다.
이제는 머리 속으로만 아는 곳이 아니라 내가 직접 방문했던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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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참전탑. 영국도 세계대전에서 많은 희생자를 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군사상자가 많은 국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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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킹검 궁전으로 이어지는 직선 도로의 입구. 이 문을 지나면 바로 트라블라 광장으로 이어진다.
문 위에 써진 글씨가 무슨 뜻인지 매우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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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블라 광장. 앞에 보이는 탑은 영국인들의 영웅 넬슨 제독 동상을 세워둔 것이다.
뒤쪽으로 네셔널 갤러리가 얼핏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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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특유의 건축 양식. 여기서는 이런 집들을 Terraced House라고 부른다.
좁고 높은 건물들이 틈새 하나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열효율을 높이기 위한 양식이라고 한다.
이 건물은 최소한 100년이 더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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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수상이 거주한다고 하는 다우닝 10번가.
영화에서 보면 이 앞으로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던데 실상은 경찰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우리나라 청와대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었지만 문 앞을 가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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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는 지하철을 Underground 라고 부른다. Subway는 지하도를 의미할 뿐이다.
이번에는 지하철을 타보지 못했지만 다음 기회에는 꼭 한 번 타보고 싶다.
책에서만 보던 웨스터민스터 사원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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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회의사당과 빅벤. 금칠한 것 같은 건물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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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영어교과서에서 배운 빅벤을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될 줄이야.
엄청나게 큰 시계지만 멀리서 보면 작게 보인다.
매 15분 마다 소리가 나고 매 시간 종이 울린다. 운 좋게도 12시를 알리는 12번의 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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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스강 유람선을 탔다. 가격은 5파운드.
유람선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과 빅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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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리는 런던 브릿지. 이름은 런던 브릿지 이면서도 특별한 것은 없었다.
한강대교가 별볼일 없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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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타워. 아주 오래된 건물인데 왕실의 감옥으로 사용되어 왔다고 한다.
역사 속의 유명한 사람들이 저 곳에 감금되었고 가끔씩은 처형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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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타워 브릿지이다.
두 개의 타워가 아주 인상적이다. 타워에 올라갈 수 있다고 하나 이번 여행 때는 시도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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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델리 광장. 아주 옛날에는 이곳이 야채 시장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런던의 최중심지로써 만남의 광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광장 중앙의 분수대 주변에는 항상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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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맙게도 입장료가 무료인 네셔날 갤러리. 책에서만 보던 명화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감동이었다.
고흐의 해바라기를 직접 감상할 때의 전율이란.
입장료가 없어도 입구에는 기부금을 내는 통이 있으나 가난한 학생이기에 눈 질끈 감고 지나쳤다.
돈을 많이 벌게 되면 꼭 기부를 하리라.

    탬스강 보트를 타고 나니 2시. 2시부터 3시간 30분간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실제 사람들을 왁스로 만들어 전시한 마담투소에도 가보고 싶었으나 사진 찍어줄 사람이 없어서 다음 기회로 미루고, 내셔널 갤러리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전체를 대충 둘러보는데에도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정말 다행히도 일기예보와는 달리 비가 내리지 않았고 가끔씩 햇볕도 나왔다. 이번에는 익스커션을 통해 런던에 왔지만 한 번 방문해 보니 앞으로는 혼자서도 충분히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천상 학생홍보대사 본능이 남아있는지라 꼼꼼히 주변을 둘러본 탓에 다음 번에 친구가 런던에 놀러온다고 해도 내 집처럼 안내를 해줄 수 있을 정도이다. 런던 뮤지컬을 기대하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5시 30분에 본버스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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