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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트니 스피어스, 엑스팩터에 립싱크로 돌아오다?

BigGun 2008. 12. 2. 00:06
영국에는 미국과 유사한 프로그램이 아주 많다. 자존심 센 영국 사람들은 미국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다 틀어주지 않고 약간 다른 포맷에 독특한 이름을 붙여서 자기네 것인냥 방송을 한다. 대표적인 예가 'X-factor'이다. 아마 이 프로그램을 처음 들어본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거의 완벽하게 미국의 히트작 '아메리칸 아이돌'을 재현하고 있다. 이름만 약간 바뀐 꼴이다. 이전 프로그램은 'British got Talents' 였던 것 같다. 이 때 좀 달랐던 것은 아메리칸 아이돌이 노래 전문이었다면 브리티쉬 갓 탈렌츠는 이른바 장기자랑 같은 프로그램이였다. 대개는 가수들이 배출되었지만 간혹 댄서라든지 괴짜 같은 사람들이 우승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서 등장한 것이 엑스 팩터인데, 이건 정말 아메리칸 아이돌과 완벽하게 똑같다. 심사위원은? 예상 그대로다. 사이먼. 영국에서도 여전히 독설을 내뿜으면서 도전자들의 눈물을 쏙 빼놓고 있다. 다만 다른 점을 꼽자면, 미국에서는 간혹 '영국으로 돌아가라'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이곳 영국에서는 자랑스런 영국 예능인으로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랄까.


    아무튼 필자도 엑스 팩터에 대해서 익히 많은 정보를 들었는데, 대개 영국 사람들의 반응 - 필자가 어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영국 중년층들의 반응이라고 해야겠다. - 은 그저렇다는 정도다. 앞서 말했지만 미국 프로그램을 '베껴서' 틀어주는 것 자체가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사이먼의 독설은 미국에서 히트를 쳤을지언정 영국에서는 '비신사적'인 태도로 통하는 것 같다. 그래도 젊은층은 이 프로그램을 열정적으로 사랑한다. 그래서 유튜브에는 방송 후 폭팔적으로 최신 동영상이 올라오곤 한다. 엑스 팩터가 토요일 저녁에 방송되니까, 일요일에 유튜브에 접속하면 온통 엑스 팩터로 가득차있다. 여담이지만 엑스 팩터는 영국의 ITV에서 방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치면 MBC 정도 되는 방송사이다. 알다시피 영국엔 BBC라는 훌륭한 국영방송이 있어서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이 방송국을 통해서 커버할 수 있는데(TV채널이 4개, 라디오채널은 8개가 넘는다) 국영방송의 한계상 좀 상업적인 프로그램은 자제하고 있다. 이런 부족함을 채워주는 채널이 바로 ITV이다. 브리티쉬 갓 탈렌트도 그렇고 엑스 팩터도 ITV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자극을 받은 BBC도 이에 대응할 컨테스트형 프로그램을 개발했지만, 대개는 건전(?)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별로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BBC가 훨씬 좋다. 그래서인지 영국에 있는 7개월 동안 단 한번도 엑스 팩터를 시청한 적이 없다. 반면 BBC의 최근 컨테스트 프로그램, 'Last Standing Choir'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엊그저께 엑스 팩터를 시청하게 되었다. 채널을 바꾸다 보니까 엑스 팩터 광고가 나왔는데, 다른 아닌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나온다는 거 아닌가? 일단 이번주의 주제가 브리트니 스피어스라서 출연자들이 그녀의 노래를 꼭 불어야 하고, 클라이막스로 그녀가 직접 공연도 한다는 것이었다. 요즘은 좀 시들시들 했지만, 한창 때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말그대로 여신이었다. 얼굴 외모만 보면 극한의 귀여움을 자랑하면서도, 어디서 그런 섹시함이 풍겨나오는지 전세계의 섹스심볼로 몇 년간 지배를 해왔다. 아마 이 메두사적인 매력이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장점일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니까 약간 변태스럽기도 하다. 귀여움과 섹시함을 동시에가 아마 그들의 전략이다. 너무 큰 인기의 압박 때문이었을까 갑작스런 결혼과 출산 등 괴짜스러운 행동을 하던 브리트니가 1년전에 오랜 휴식을 깨고 MTV에 등장했건만 그 때는 정말 참담했다. 아마 Gimmy라는 노래였을텐데, 노래도 엉망, 춤도 엉망, 얼굴도 엉망, 몸매도 엉망. 말그대로 브리트니 생애 최악의 날이었다. 그리고 나서는 다시 잠적을 시작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비지니스 영어수업 때문이었다. 광고 부분이었는데, 광고 계획을 작성해서 프리젠테이션하는 것이었다. 필자가 맡은 부분은 어느 회사의 향수를 파는 것이었다. 모델 선정에 있어 오랫동안 잊혀졌던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고르게 되었고, 그녀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알고 보니 얼마 후 컴백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 때 부터 그녀가 등장하기만을 기다렸는데, 지난 토요일 드디어 방송에 나온 것이었다.

    일단 요란했다. 자존심 센 영국인이라도 세계 최고의 섹스심벌에게는 엄청난 경의를 표했다. 사실 지난 방송에 남은 경쟁자는 5명이었고 이들은 정말 쟁쟁한 실력을 갖춘 예비 가수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브리트니 스피어스였다. 일단 엑스 팩터에서는 경쟁자들이 두 곡을 불러야 하는데, 지난 방송에서 첫 곡은 무조건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노래여야 했다. 남자팀이 2팀이나 있었음에도 예외는 없었다. 물론 남자팀들을 죽을 쒔다. 그리고 아메리칸 아이돌이나 엑스 팩터 모두 후반부로 갈 수록 가창력에 집중하기 때문에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노래는 모든 출연자들에게 곤욕이었다. 휘트니 휴스톤이 브리트니의 'Toxic'을 부른다고 생각해보자.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심사위원의 극찬에도 불구하고 나는 1부를 보는 내내 영 불편했다. 억지로 브리트니에 맞추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2부에서는 경쟁자 모두가 1부 보다는 훨씬 낳은 퍼포머스를 보여줬다. 당연한 결과다. 심지어 (이름은 까먹었지만) 'Listen'을 부른 세번째 출연자는 사이먼에게 '엑스 팩터 전 시즌에서 가장 훌륭한 공연' 이었다는 극찬을 받기까지 했다.

    이정도의 분위기다 보니 브리트니 스피어스에 대한 관심은 정말 대단했다. 나중에 뉴스로 확인해 보니 이날 브리트니를 보려고 TV 앞에 앉아있던 사람이 천이백만명이라고 하니까 놀라운 관심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나를 쇼킹하게 만든 것은 브리트니가 2부 끝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른바 'Result Show'에 나온다는 것이었다. 대개 엑스 팩터는 1, 2부를 녹화로 찍은 다음 2부 후 전화투표를 실시한다. 그리고 나서 1시간 쯤 후에 결과쇼를 해서 탈락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결과쇼가 라이브인지 사전녹화인지는 아직도 확신이 없다. 매사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영국사람들을 보자면 결과쇼 역시도 사전녹화라는 심증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브리트니 컴백을 보려고 1시간을 또 기다려야 했다. 드디어 시간이 되었고, 오프닝이 시작되었다.


'6장의 앨범, 10번의 MTV 어워드 수상, 그래미 수상, 8천2백만장의 앨범 판매, 그녀가 오늘 여기에!'

    사실 화려한 CG와 현란한 편집 때문이기도 했지만 오프닝에 등장한 이런 문장만으로도 시청자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본 공연은 약간 기대 이하였다. 일단 무대장치 부터가 썰렁했다. 만약 미국이었다면 최소한 한국이었더라도 더 화려한 무대를 꾸몄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엑스 팩터 그대로였다. 1, 2부가 사전녹화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건 더욱 최악이었다. 즉 사전에 무대를 준비할 수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무대는 그렇다 치고, 화면도 별로였다. 전연령층의 시청자를 고려한 것인지는 몰라도 카메라 앵글은 브리트니를 다소 피하는 듯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심각하게 이상한 옷을 입고 등장한 것은 아니다. 사진에서 보는 그대로다. 서인영도 이정도는 입고 나오니까 너그럽게 이해하면 봐줄 수 있는 수준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퍼포먼스였다. 물론 작년의 악몽 보다는 훨씬 낳아졌지만 약간 시들시들했다. 몸매도 어느정도 전성기 때로 돌아왔고, 피부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얼굴도 한창 때와 거의 똑같았지만, 춤에 있어서는 힘이 많이 빠졌다. 딱 한가지 괜찮았던 것은 노래였다. 'Womanizer'라는 노래였는데, 반복적이고 빠른 후렴구가 아주 인상적인 노래다. 노래에 있어서는 정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하지만 딱 거기였다. 노래 후 진행자와 갖은 1분 정도의 인터뷰에서 브리트니는 그녀가 말 그대로 춤잘추는 바비인형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증명했다. 딱 질문에 대답하기 전 웃고있는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좋았다. 그녀가 입을 여는 순간 환상을 깨졌다. 

    이런 브리트니의 실망스런 공연에 대한 생각은 필자만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영국의 대표적인 일간지 'The Times'도 브리트니 엑스 팩터 공연에 대한 리뷰를 큼지막하게 실었다. 대부분은 실망스럽다는 내용이었다. 일단 진행자가 '오늘 출전한 경쟁자들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얘기를 해주실수 있느냐'라고 물었을 때 브리트니는 엑스 팩터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힘내세요, 해오던 대로 열심히 하세요' 라는 짧은 멘트만 할 뿐이었다. 이것은 그녀를 기다려온 엑스 팩터 팬들에 대한 모욕이었다. 게다가 작은 얼굴과 상반되게 정말 큰 마이크를 사용한 브리트니는 진행자가 마이크를 입에 대주기 전까지는 대답도 하지 못했다. 설마설마 했는데, 립싱크를 했던 것이다. 당연히 타임즈에서는 이부분을 심층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파고들었다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비난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엑스 팩터가 100% 라이브로 진행된다는 점을 보면 다소 아이러니하기까지도 하다. 방송 후 엑스 팩터 게시판에는 온갖 비판이 올라왔고 대표적인 것으로 '오늘 브리트니 공연은 5명의 경쟁자만도 못하다' 가 있었다.

    하지만 ITV의 반응은 당당했다. 세계 최고의 가수를 영국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에 모셨다는 기쁨과 함께 그녀의 퍼포먼스를 훌륭하게 방영했다는 자신감이었다. 심지어 대변인은 시청자들의 반응에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춤이 상징인 브리트니 최고의 공연을 위해 립싱크를 선택했고, 멋지게 공연을 마쳤는데 무슨 불만이냐는 것이었다. 이른바 SM 이수만 사장의 '립싱크도 하나의 장르'다와 일맥상통하는 발언이었다. 일단 필자도 이부분에서는 공감이 갔다. 앞서 말했지만 브리트니의 공연에 실망하긴 했지만, 그것은 라이브를 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라이브를 강요하는 것은 정말 이기적인 생각이다. 이건 휘트니 휴스톤에게 춤 추면서 노래하라는 것과 동일한 말이다. 만약 가수가 노래를 잘해야 하지 않냐고 한다면 지금 80년대에 살고 있냐고 말해주고 싶다. 뭐, 이은미라는 가수가 립싱크 가수도 인정하겠지만 '가수'라는 말을 안 썼으면 좋겠다는 비아냥을 했다고 하지만, 가수가 꼭 노래만 해야한다는 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같은 '가수'라는 이름을 쓰기 불편하다면 '라이브만 하는 가수'라는 영광스러운 수식어를 갖다 붙이는 편이 낳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효리나 소녀시대 같은 가수들에게 가창력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넌센스라고 생각한다. 이런 가수들은 말그래도 '퍼포머'이다. 화려한 춤으로 시청자들을 기쁘게 해주고 있지 않은가. 솔직히 강마에 같은 절대음감을 갖고 있지 않는 한 라이브인지 립싱크인지 구분하기도 힘들다. 게다가 라이브 잘하는 휘성이 부산에서 '삑사리' 낸 것은 몇 년째 놀림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 아닌가. 최소한 아직까지는 립싱크 가수들이 녹음할 때 자신이 부른다는 점에 만족해야 할 것 이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처럼 대타가 노래를 부르는 상황은 정말 최악이다. 모르겠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쨌든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엑스 팩터 공연을 보면서 립싱크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전세계가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수에 대한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라는 교훈을 배울 수 있었다. 만약 완벽한 예능인을 찾는다면 영화 'SimOn'을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노래도 연기도 춤도 완벽하게 소화한다. 심지어 돼지 우리에서 똥과 함께 귕구르는 연기도 너무나 사랑스럽게 해낸다. 하지만 그녀는 컴퓨터 창조된 가상 캐릭터였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귀여움과 섹시함을 겸비한 브리티스 스피어스에게는 딱 이정도만 기대하자. 그녀에게 휘트니 휴스톤이나 머라이어 캐리 같은 가창력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정말 욕심이다. 한국 버전으로. 이효리에게는 딱 '유고걸'만 기대하자. 이은미나 옥주현 같은 가창력을 기대할 것이라면 차라리 조수미 콘서트로 발길을 돌리는 것을 좋을 것이다.


    엑스 팩터 공연 후 심사위원들과 함께한 브리트니 스피어스. 콧대 높은 사이먼이었지만 그녀의 공연 후에는 기립박수를 쳤다. 오른쪽에서 두번째 있는 아저씨는 평소 고상한 척은 다 하지만 브리스트가 자신의 바로 앞에서 열정적인 춤을 추자 완전 넋을 뺐다. 그럼 그 화제의 브리트니의 공연을 감상해 보도록 하자.
브리트니 스피어스 - 우머나이저(Womaniz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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