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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중, 너 때문에 웃는다

BigGun 2009. 1. 15. 07:10
KBS에서 단단히 마음을 먹은 것 같다. 90년대만 해도 KBS가 드라마 왕국이었는데, SBS에서 간간히 트랜드 드라마로 잽을 날리고, MBC에서 강한 훅을 날려주다보니 21세기 들어서는 영 맥을 못 차렸다. 대표적인 예가 용의눈물. 유동근이 태종으로 나오는 이 거대한 서사시는 당시 엄청난 히트를 일으켰지만, 그 이후로 나오는 조선 시리즈는 별 신통치가 않았다. 오히려 '허준', '여인천하' 같은 새로운 감각의 사극이 열풍을 주도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KBS 드라마는 좀 진지한 맛이 있다. 요즘 시각으로 봤을 땐 약간 촌시러운 것 같기도 하지만, 사람 사람는 이야기, 정확히는 보통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맛깔나게 보여준다. 그게 KBS 드라마의 매력이다. 작년에 '엄마가 뿔났다'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 전에는 '목욕탕집 사람들', '딸 부자집' 등등. 어떻게 해보니까 김수현 작가 작품이 많이 거론이 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사람이 KBS에만 작품 판게 아니라 SBS에는 진정한 불륜을 보여주고 싶어서 작정하고 쓴 '내 남자의 여자'도 준 적이 있으니, KBS 드라마국 연출들이 맛을 잘 살려낸다고 볼 수 밖에. 여담이지만 오늘 무릎팍 도사에서 이순재 씨께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좀 하셨는데, 그 중에 김수현 작가에 대한 부분도 있었다. 내용을 아주 요약하자면 '대한민국에 얼마 남지 않은 진정한 작가다' 이거였다. 뭐, 이순재 씨랑 김수현 씨랑은 인연이 깊고, 사람들이 '김라인'이라고 부르는 계통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그런 발언도 했던 것이었지만.


    작년 말에는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강한 인상을 줬는데, 후속으로 나온 '꽃보다 남자'가 아주 재밌다. 일단 일본, 대만에서 한 번씩 울거 먹고 우리나라 케이블에서도 몇 번씩 돌려보여준 드라마니까 그 참신성에서는 완전 바닥이다. 원조로 치자면 개그콘서트 F4가 먼저가 아닐까? 어쨌든 이 유명한 드라마를 궂이 한국 버전으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 90년대 캠퍼스 순정물이 2010년을 바라보는 21세기에도 먹힌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뿐이다. 혹자는 이 드라마가 한류를 염두하고 제작했다는 소리도 있는데, 사실 일본, 대만 버전 배우랑 한국 버전 배우들을 비교해보면 훨씬 세련된 건 사실이다. 구혜선도 그리 나쁜 선택이 아니었고, '연변소녀'로 연기자 위치를 확 잡았는데, 그 때 시청자들에게 줬던 귀엽고 당찬, 말그대로 넘어져도 슬퍼도 울지않는 캔디 이미지를 이번 드라마로 잘 만들 수 있다면 한류 대열에 충분히 들어갈 것 같다. 이 드라마를 제작하는 PD 말로는 원작에 충실할 것이라고 하니, 참신성은 앞으로도 기대하기 없겠다만은, 이 드라마 자체에 설정된 배경이 너무 우리나라와 맞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까 매번 나를 웃게 만든다. 배경이 되는 귀족학교는 아마 100년이 되도 우리나라는 만들어 질 수가 없다. 이건 뭐 기여입학제도 안된다, 자립형사립고도 안된다 하는 나라인데 어떻게 돈 있어도 못 들어가는 '명품학교'가 생길 수 있겠는가. 게다가 돈 있어도 못 들어간다는 설정도 웃기다. 우리나라에서 돈 말고 사회 위치를 가늠하는 기준이 과연 있을까. 조선 후기 돈으로 양반까지 사는 사회로 변하면서 재력 이외는 명확하게 구분시켜줄 수 있는 척도가 별로 없다. 한 때 조선일보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찾아서 시리즈를 연재했건만, 과연 그런 사람들로만 이 학교의 한 학급이라도 채울 수 있을런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시청률 의식해서 인지 갸웃갸웃하게 만드는 상황이 많다. 일단 이 학교 교복을 자세히 보자. 구혜선 아빠가 세탁소 주인으로 나오는데 그 분 대사에 의하면 '세탁소 경력 20년 동안 이렇게 좋은 옷은 처음이다.' 라고 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것은 옷감이 아니다. 여학생들이 입고 있는 교복의 노출이 핵심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하건만 이 드라마에 나오는 교복 길이는 정도가 너무 심했다. 가끔씩은 일본 학생들보다 더 짧게 입고 나오지를 않나, 심지어는 의도적으로 상반신만 옷을 입은 것 처럼 연출하기도 했다. 뭐, 교복회사가 협찬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요즘 교복 선전을 보면 말도 안되게 옷이 설정되어 있다. 남자애들이 가슴팍에 무슨 훈장 같은 문양이 박힌 앙드레김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고, 여자애들은 초미니스커드 같은 교복을 입고 애매한 포즈를 잡고 있다. 이게 교복선전인지 아니면 란제리 선전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카메라 앵글도 문제다. 일부러 아래에서 위로 훓어준다든지 뒷모습을 클로즈해서 노출을 극대화 시킨다. 이정도 되면 의도된 설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럴 셈이면 구혜선 수영신에서 왜 비키니를 안 입히는지 모르겠다. 이미 현실을 벗어난 설정이니까 비키니 입힌다고 해서 더 문제될 것도 없을텐데 말이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장면들도 이들이 학생인가를 의심케 한다. 원작을 안 봤으니 한국 버전만 가지고 뭐라할 문제는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초반에 구혜선이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은 좀 심한 부분이 있었다. 계란을 던진다던지 넘어 뜨린다던지 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는데, 수영장에서 남학생 3명이 덮치는 장면은 좀 심했던 것 같다. 뭐 그 때 김현중이 등장을 해서 그 이후의 일은 시청자들의 상상에 맡겨지게 되었지만 만약 안 그랬으면 어떤 상황이 되었을까. 게다가 당시 구혜선은 앞서 설명한 야시시한 교복을 대충 입은 상황이었고 남학생은 허벌레 하는 표정을 지으며 연약한 여학생을 결박하고 구석으로 끌고 갔는데, 그럼 이건 뭘 의도한 상황일까. 설마 그건 아니겠지요. 아무리 부자 학교라지만 학생들이 파티를 할 때 와인을 마시는 것은 너무한 설정 같다. 충분히 호텔에서 파티할 수 있고, 비싼 드레스도 입을 수 있는데 술을 먹는건 좀 아니다. 게다가 구혜선이 보드카를 마시는 설정이 나오는데 말이 된단 말인가. 물론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스토리 전개가 안되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러저러한 연출의 노력 때문에 이 드라마의 인기를 급상승하고 있는 것 같다. 외국에 있는 동포들을 위한 한국 TV 시청 사이트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주중 드라마의 시청횟수는 5천회 안팍이다. 사실 5천 히트만 넘어도 엄청난 수준이다. 무한도전이나 패밀리 같은 주말 버라이어티가 1만 히트를 넘긴다. 시시한 일일드라마는 천 히트 정도만 선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꽃보다 남자'는 보통 1만 히트를 넘기고 있다. 무한도전 이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아마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나는 '김현중'이 그 중 큰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몇몇 거북한 설정과 화면 때문에 드라마 보는 맛이 떨어지긴 했지만 김현중이 나오는 장면은 정말 대박이다. 아직도 SS501이 인기있는 아이돌인지는 불확실하다. 언제 한 번 크게 떠본적이 있었단 말인가. 그래도 요즘은 신곡을 내놔서 가요 프로그램에 종종 모습을 비추긴 하더만. 김현중이 그 중 인기가 가장 있는 것 같긴 하다.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황보랑 짝을 맞추면서 그 인기는 더했고, 설정인지 진짜 그런지 몰라도 완전 맹하고 머리 텅빈것 같으면서도 은근 귀여운 아이돌 이미지는 황보와 함께 하면서 극에 달했다. 말 주변도 없으면서도 심지어 더듬기까지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드라마를 찍을 수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정말 이번 드라마는 대박 캐스팅이다. KBS로서도 김현중으로서도 말이다.


    일단 김현중의 어색하고 무표정한 의도하지 않는 부자연스런 부족한 연기력이 그의 배역을 돋보이게 한다. 캐릭터 자체가 그렇다. 말이 별로 없고 표정도 없고 항상 우울하고 그런데 여 주인공 때문에 가끔씩 히죽히죽 거리는 그냥 멍 때리면 되는 캐릭터를 김현중이 하고 있는거다.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연기할 필요도 없이 역할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거다. F4에 속한 나머지 3명과 비교해 봐도 그렇다. 나머지는 가수가 아니니까 당연히 연기를 훨씬더 잘해야 겠지만서도 그대로 같은 멤머 중 한 명인 김현중이 너무 모냥 빠지니까 안쓰러울 때도 있다. 모르겠다. 김현중 나름대로는 열심히 연기를 하고 있을런지. 뭐, 어떻게 쓰다보니 칭찬 같기도 하고 욕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요지는 김현중이 잘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4부가 방송되었는데, 딱 한 번 어색했던 것이 구혜선으로 다가와서 파티 초대하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어울리지 않게 웃으면서 선수 같은 멘트를 날리려고 했던게 화근이었다. 그냥 하던대로 무표정 무감정으로 초지일관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쨌든 김현중의 '자연'스러우면도 '어색'한 연기 때문에 아무 많이 웃는다. 그래도 가수가 연기한다고 정말 애쓰는게 대단하긴 하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한류용이 아니던가. 잘 해야지 SS501도 동남아 진출도 할 수 있을테고, 차기작도 잡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완벽한 캐릭터를 잡기는 힘들 것 같다. 대사라도 많아지면 어쩔려고. 예전 슈퍼주니어의 김기범이 우는건지 웃는건지 모르는 연기를 선보였을 때 느꼈던 그 신선한 충격이 주는 웃음을 다시한번 경험하게 해줘서 참 고마울 뿐이다. 어쨌든 정리해보면.. 김현중 씨, 당신 때문에 아주 많이 웃고 있습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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