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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Gun의 서재를 열면서...

BigGun 2008. 12. 24. 09:31
제가 좋아했던 목사님 중의 한 분은 엄청난 독서광이었습니다. 목사님 말씀으로는 중학교 때 부터 일주일에 책을 한 권씩 읽으셨다고 합니다. 연세가 40이 넘어 50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30년 동안 매주 책을 한 권씩 보신 셈입니다. 1년이 52주이지만 50주라고만 쳐도 1500권을 읽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1500권의 책 중에 양서도 있을테고 간혹 악서도 있었을 테지만 그 숫자와 오랜 습관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인생을 살면서 만권 정도의 책은 읽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깊은 수학적 아니 산술적 계산도 하지 않은채 말이지요. 넉넉하게 100살까지 산다고 치고 10살 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가정한다면, 90년 동안 1만권, 즉 매년 110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1주일에 책을 2권씩 읽어야지, 그것도 10살부터 100살까지 한 주도 빼먹지 말고 읽어야지만 만권을 읽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얼마나 황당무계한 생각한 것인지 알만도 합니다.

    매년 연말 연초가 되면 뉴스 같지도 않은 뉴스가 나옵니다. 대한민국 성인남녀의 평균 독서량은 얼마큼이다. 하면서 이웃나라인 일본과 비교하는 수치가 자주 등장합니다. 매년 나오는 뉴스라서 뉴스라고 하기도 좀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런 뉴스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어야 겠다고 결심을 합니다. 이런 면에서는 뉴스의 장점도 있지요. 그런데 지난 번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황석영 작가의 발언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출판 산업이 세계 7위권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맨날 일본과 비교했을 때는 턱없이 조금 책을 읽지만 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책을 많이 만들고 많이 사준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자신을 봤을 때는 출판 강국 대한민국을 빛내고 있는 국민이라고 자부하기가 참 힘이 듭니다. 연간 책을 12권, 즉 한 달에 한 권 읽는 사람을 두고도 뉴스에서는 '참 조금 읽는다' 라고 평을 하는데, 사실 주변을 살펴보면 한 달에 책 한 권 읽는 사람을 보기 드뭅니다. 물론 미용실과 은행에 비치된 잡지, 판타지 소설이나 신변잡기스러운 악서를 제외하고 말이지요. 학생 신분이기에 수업 지정도서와 리포트를 쓰기 위해 읽는 몇 권의 학술도서들이 연간 평균 독서량을 증가시켜주고 있지만, 말 그대로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읽는 책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우리 학교 도서관은 그동안 빌려간 책을 분야별, 시기별로 조목조목 분석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가끔씩 통계를 보면 과연 내가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그 양이 너무 적었습니다.

    그래도 한국에 있을 때는 '알라딘'이라는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 곧잘 책을 사긴 했습니다. 아마 인터넷 쇼핑을 통해 가장 돈을 많이 쓴 곳이 이 사이트일겁니다. 빠른 배송과 무료배송, 그리고 약간의 할인까지. 책을 구매하는데 있어서는 최상의 장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장사도 아주 잘해서,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책 소개 메일을 열어 볼 때 마다 책을 사고 싶은 욕구를 죽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대개는 좋은 책을 사서 감명 깊에 읽지만, 아주 가끔씩 편집자의 광고문구에 현혹되어 책장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는 책을 사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식 발음 교정' 관련 책이었는데, 현재 영국에 있으면서 영국식 발음을 공부하고 있는 상황을 놓고 보면 어처구니가 없는 구매가 아니었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영국에 오니까 우리나라가 출판 강국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컨텐츠적인 면은 잘 모르겠고, 외면적으로는 우리가 상당한 선진국입니다. 또한 비극이기도 하구요. 요즘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일단 작가가 유명해야 합니다. 두번째는 책 표지가 아주 두껍고 그림이 멋있어야 합니다. 셋째는 책 내용이 길면 안됩니다. 문단 간격도 넓고 글자도 큼지막해야 합니다. 반면에 종이재질은 최상이어야 합니다. 대개 이런 책들이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등장합니다. 안타깝지만, 이것도 하나의 트랜드라고 할 수 있겠죠. 영국에 나오는 책 중에서도 우리나라 같은 책도 상당합니다. 최근에 유명인사들이 내놓는 책들이 대개 이렇습니다. 특히 영미권에서 나오는 책의 특징은 작가의 얼굴이 표지로 많이 등장하고 책 제목보다 작가의 이름을 크게 써놓는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대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읽고 구입하는 책은 한손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크기에, 재생용지 같은 재질의 책입니다. 표지도 매우 얇습니다. 이건 책을 정확히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가볍고 휴대가 편해서 사람들이 이런 책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책이 결코 싸지 않습니다. 7에서 8파운드 정도니까 우리 나라 돈으로 15000원 짜리 책입니다. 만약 한국이었다면 이정도 가격의 책은 두꺼운 커버에 화려한 사진까지 포함되어 있겠지만 여기서는 아주 경제적인 인쇄본일 뿐입니다.

    이런 까닭에 영국에서는 감히 책을 살 생각을 하지 못하다, 얼마전 충동적으로 구입을 하였습니다. 3개월 동안 준비한 영어시험을 마치고 긴장이 풀렸는지 시내 쇼핑을 했는데, '보더스'라는 서점에서 3권을 2권 값에 주는 세일행사를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다가오고 허전한 마음은 들고, 게다가 세일이라고 하니 여러 책을 둘러보았습니다. 단연 눈에 띈 것은 오바마의 자서전 시리즈 입니다. 그는 2권의 책을 썼는데, 최근에 쓴 것은 아니지만 그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된 책들입니다. 현재 영국 베스트셀러 1위와 2위에 랭크되어있습니다. 두 권을 고르고 나니 세번째 책이 문제였습니다. 한참을 둘러본 끝에 존 그리삼, 한국에서는 '타임 투 킬'로 유명한 법정 스릴러 작가의 신간 '어필'에 눈이 갔습니다. 그래서 이 세 권의 책을 샀는데, 한국돈으로 자그만치 32000원. 딱 한국에서 양질의 3권 책을 산 값과 동일한 가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책을 원어로 읽는 자부심으로 요즘 열심히 책을 읽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국어 선생님이 독서일기장을 쓰라고 강조하셨던 생각이 났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읽는 것보다 독서일기장을 쓰게 되면 책을 읽는 도중에 그리고 읽고 나서 책에 대해 더 많은 감상을 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였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블로그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름하여 'Big Gun의 서재'입니다. 한국에 있는 제 방에는 큰 책장이 있는데, 아직까지는 빈 공간이 많이 남은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그래도 대학생이 되면서 구입한 책이 늘어나면서 책장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대개는 경제경영 관련 책이지만 가끔씩 수필집이나 소설 같은 문학책도 있습니다. 좋은 책을 읽고 나면 아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 서재를 통해 조심스럽게 좋은 책을 소개할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예전 부터 였지만 그동안의 기술상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책 표지나 소개 같은 정보를 넣으려고 하면 일일이 수동으로 해야했기 때문입니다. 여간 복잡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최근 제가 좋아하는 '알라딘'에서 간단히 책 정보를 블로그에 올릴 수 있는 기능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간단히 책에 대한 감상평만 올려도 자동으로 그럴 듯한 '독서감상문'이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알라딘의 'TTB' 프로그램도 한 몫을 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제 블로그를 통해 책을 구매하게 되었을 때 구매자가 구매금액의 1%의 보너스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저에게도 약간의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그러니까 그냥 알라딘에 가서 구입하는 것보다 제 블로그에 있는 독서감상문을 읽고 그것을 통해 구입을 하면 훨씬 이익이 된다는 말입니다. 책을 소개하는 사람도, 그리고 책을 사려는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서 적극적으로 블로그에 도입을 했습니다. 블로그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책은 이 프로그램의 일환이니 당황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럼, 'Big Gun의 서재'를 열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 서재를 사랑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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