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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가산점이 위헌이라고? 당신이 위헌이다.

BigGun 2008. 12. 14. 07:54

미국엔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 영국엔 엑스팩터(X-Factor) 라는 가수 발굴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영자를 메인 MC로 기용해서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는데 그렇게 큰 호응은 얻지 못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두 프로그램은 현지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판 신데렐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노래 실력 하나만으로 하루 아침에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2008년 엑스팩터 우승자가 선정되었고, 그녀가 내놓은 음반이 현재 영국 싱글 차트를 강타하고 있다. 이 두 프로그램의 진행방식은 이렇다. 전국의 주요 도시를 돌면서 오디션을 본 다음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다시 한 번 테스트를 거친다. 그리고 나서 본선 진출자들을 선발한다. 그 다음부터는 매주 한 명씩 탈락자를 가려내다가 3명의 후보가 남았을 때 결승전을 통해 우승자를 뽑는 것이다. 본선 진출자들은 본격적인 시합을 하기 전 에 주제가를 제작하여 발표한다. 2008년도 X-Factor의 주제가는 머라이어캐리의 'HERO(영웅)'이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본선에 올라온 본선 진출자들은 온힘을 다해 주제가를 불렀다. 그런데 이 주제가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 노래에서 말하는 영웅이 다름아닌 '영국 군인'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리고 세계 각지의 정치적 분쟁지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영국 군인들을 응원하는 노래였던 것이다. 엑스팩터는 영국 최고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한 TV 프로그램이라기 보다는 그 해의 엔터테인먼트 트랜드를 움직이는 힘 있는 방송이다. 그런데 이 방송이 다름아닌 영국 군인을 영웅이라며 칭송하고 있는 것이었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아프가니스탄 파병 시절 미군과 함께 생활하면서 '왜 미군이 세계 최고의 군대가 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답을 어느정도 얻을 수 있었다. 일단 그들의 경제력이다. 대륙 한 가운데 있는 아프가니스탄이지만,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온갖 산해진미가 식탁 위에 올라온다. 랍스타와 킹크랩을 배불리 먹는다. 평소에 나오는 식단도 우리나라의 샐러드바를 능가한다. 군인들이 먹는 것만 봐도 이 정도니 다른 것은 말 안 해도 될 정도다. 체력단련장은 휘트니스센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PX는 대형마트와 견줄 수 있을 정도다. 아마 한국에서 카츄사로 군복무를 한 분들이라면 이에 대해 잘 알 것이다. 일단 '배부르고 등따시니까' 싸움을 잘 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그건 또 아니올시다다. 인간 행동과 동기부여에 대한 이론을 보면, 사람은 어느 정도 욕구가 충족될 때까지는 그것에 직접적으로 반응하지만 욕구 충족 이후에는 물량적인 공급은 효과를 내기 힘들다고 한다. 즉, 샐러드바를 능가하는 식단은 얼마동안 효과를 낼 지언정 그것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곧 그런 호화로운 식단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질적인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여기서 미군의 두 번째 강점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군 기지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것이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응원 메시지였다. 이 메시지의 공통된 주제는 '미국 국민들은 당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당신이 우리의 영웅이다' 라는 것이다. 이런 국민적 성원이 있기에 세계의 가장 치열한 전투현장에서 이들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필자는 미국과 영국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투를 칭송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들의 군대를 대하는 방식을 칭찬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7개월간 파병생활을 했었다. 아주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파병 이후 주변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화 중에 파병에 관한 얘기가 나오게 되면, 사람들은 놀랍다는 표정을 지은 후 바로 이런 질문을 한다. "돈 얼마나 받았어요?" 혹은 "파병 수당이 그렇게 많다면서요?". 10이면 7, 8이 이런 질문을 한다. 참 슬픈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평화와 대한민국의 국위선양을 위해 위험한 전쟁터에서 치열하게 파병생활을 마치고 온 군인들에게 고작 한다는 말이 '돈 얼마 벌었냐'이다. 외국에서 주둔하고 있는 자국의 군인들을 영웅으로 칭송하는 미국과 영국 국민들과 비교해 보면 정말 슬픈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군과 영국군은 비전투 작전으로 선회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전투 작전을 펼치고 있다. 즉 현지 반군들과 싸운다는 것이다. 아마 파병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런 전투를 비판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국군은 이런 전투를 하지 않는다. 100% 비전투 작전, 그러니까 재건사업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를 한 동의부대와 다산부대는 각각 병원부대와 건설부대였다. 병든 현지인들을 돌보고, 다 무너진 학교를 다시 세워주는 역할을 했다. 이라크에 있는 자이툰 부대도 별반 차이가 없다. 이들 역시도 주둔지역 주변의 치안을 책임지며, 현지 군인들을 훈련하는 역할을 한다.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배우 김혜자 씨가 자선단체의 홍보대사로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보살피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감동을 받고 칭찬을 하는데, 우리나라 국군이 외국에서 이러한 활동을 할 때 국민들이 보이는 반응은 "돈 얼마나 버냐" 라며 봉창 뚜드리고 있는 것이다.

    파병에 대한 논란이 많으니까 좀 더 파고들어보자. 파병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비단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전투 작전을 펼치는 미국과 영국이 더 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현지에서 치열한 전투를 하고 있는 이들을 격려하고 응원한다. 필자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국내 방송에서 파병지에서 땀흘려 일하고 있는 장병들을 응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환 선수나, 빙판 위의 요정으로 불리는 김연아 선수도 칭찬받고 응원받아야 마땅하지만, 이와 더불어 먼 타국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우리 국군 장병들도 칭찬을 받아야 한다. 오히려 더 뜨거운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기껏 한 다는 말이 "돈 많이 벌잖아"이다. 이런 생각이 만연해진데는 우리 언론의 영향이 컸다. 파병 반대를 외치는 수 많은 사람들이 파병에 지원하는 군인들의 가장 큰 이유를 '돈' 이라고 허위로 말했기 때문이다. 정말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파병을 갔다오면 군생활이 줄어들고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벌어오는 줄로 착각하고 있다. 누가 이런 말을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어불성설이다. 일단 군생활은 단 하루도 줄어들지 않는다. 단지 파병 후 어느 정도의 휴가가 주어지는데, 파병지에서 기지 밖으로 한 발 자국도 못 나오고 6, 7개월간 지낸 것을 생각해 보면, 또한 한국에서는 각종 포상휴가로 가족과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생각해 보면 휴가도 그리 긴 편도 아니다. 그 다음으로 많은 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물어보는 '돈'이라는 것도 '생명수당'이다. 병사들은 백 7, 8십만원 정도의 수당을 받는데 하루로 계산하면 5, 6만원 정도다. 한국에서 근무할 때와 비교하면 하루에 한 달 월급을 받으니까 대단하게 보인다. 그런데 왜 사회에 있는 분들도 대단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경기가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직장에 다니시는 분들은 하루에 5, 6만원 벌지 않는가. 게다가 군인의 근무시간 개념은 일반인과 다르다. 일반인들은 노동법을 지배를 받아 하루 8시간을 일하지만, 군인들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그렇게 치면 파병군인들이 받는 수당이라는 것도 큰 것이 아니다. 심지어 전쟁터에서 일하고 있지 않는가. 이런 잘못된 지식은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쳐, 작년에는 서울대 대학신문 편집장이 이런 요지로 칼럼을 쓰기도 했다. 칼럼의 내용을 보면 '군 생활 줄어들고 월급도 많이 받는' 국군 장병은 파병 간 걸 창피한 줄 알라는 것이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개인의 이익 때문에 뛰어든거 아니냐는 논지였다. 필자는 그 신문을 보고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실망감을 느꼈다. 서울대 대학신문 편집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다른 신문은 어떻겠는가. 당시에 강력한 항의를 했고, 두말없이 편집장은 필자를 찾아와 사과를 했다.

    하지만 편집장이 그렇게 칼럼을 쓴 것을 그 사람 탓으로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 사회에 깔려있는 군대에 대한 인식이 그 정도 수준이기 때문이다. 군대에 대한 많은 이들의 인식은 '젊은 시절을 희생하고 끌려가는 곳'이다. 게다가 그 희생에 대한 댓가는 인권이 의심되는 가혹행위와 수준 이하의 복지 등과 맞물려 '안 가면 좋은 곳'이라는 인식이 박혀 버렸다. 아마 군인에 대한 가장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집단은 초등학생이 아닌가 싶다. 이들은 근처 부대와 자매결연을 맺고 매년 국군의 날 언저리에 위문편지도 보내고, 가끔씩 군부대를 방문하여 위문공연도 한다. 이데 대한 보답으로 군인들을 학교를 방문해서 고장난 곳도 고쳐주고, 군악대나 총검술 시범도 보여준다. 그러면서 초등학생들은 '국군 장병 아저씨'가 세상에서 가장 늠름하고 멋있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딱 그 때까지다. 이후로는 군인은 구질구질하고 사회에서 도태된 사람으로 인식된다. 미디어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개그 프로그램에 소재로 쓰이는 군인의 모습은 하나 같이 바보 같고 불쌍하다. 군인을 희화화 하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희화화 하지 않을 때는 불쌍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못 먹고 못 씻고 추운데서 고생하니까, 불쌍하니까 위문한다는 시선이다. 이러다 보니 군인들에 대한 인식은 '이상한 집단' 이거나, 조금 좋게 말해서 '위로를 받아야 할 집단'으로 고정되어 버렸다. 그러다 보니 파병군인이 수당으로 200만원이 되는 돈을 받는다고 하면 엄청난 호강이라도 하는 줄 알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은 우습게 넘겨버리는 것이다.

    사실 군인들은 정말 열악한 상황에서 국가를 지키고 있다. 복지와 처우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부족한 것이 많다. 제한된 국방비로 수십만명의 사병을 먹여 살리려니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필자는 아직까지도 훈련소 대대장의 말을 잊을 수 없다. 군인은 바지 하단을 고정시켜주는 고무밴드(일명, 고무링)가 필요한데, 딱 한 쌍만 지급 받는다. 격렬한 훈련을 하다보면 이 고무밴드가 사라져 바지에 자기 마음대로 노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도 딱 한쌍만 지급 받는다. 대대장이 한 쌍의 고무밴드를 손에 들고 "한 쌍만 주게 되어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예산이 없기 대문에 어쩔 수 없다."며 머슥하게 말을 했었다. 그래서 군대서 월급 처음 받고 사는 것이 그 고무밴드다. 최소한 두 쌍은 있어야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원도 하지 않는 이 고무밴드도 한 쌍만 나눠줄 정도니 다른 것은 말 다했다. 가끔씩 TV에서는 최전방 부대를 보여주면서 병사들이 침대생활하고 휴게실에서 여유있게 지내는 장면을 자랑스럽게 방영하는데 사실 이런 시설을 갖춘 곳은 정말 극소수다. 대부분의 병사들이 관물대와 그 아래에 딱 자기 몸만 누울 수 있는 공간을 보장받는다. 1평이 되지 않는 공간이다. 미군과 합동 작전을 해본 군인들이 하는 말은 훈련은 똑같이 받는데 먹는 것하고 자는 것은 너무나 비교된다는 것이다. 이런 실정이니 자식을 군대에 보내는 부모님들이 어떻게 웃으면서 배웅을 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또 이런 실정이니 군인을 불쌍하고 위로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미군과 영국군은 의무제가 아니라 지원제이다. 그러니까 직업군인으로서 월급 받고 일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들의 응원과 성원을 받으며 일을 한다. 그런데 우리 국군은 의무면서도 아주 하찮은 대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훈련소 대대장 말처럼 없는 것을 가지고 어떻하랴. 아직까지는 대한민국이 미국과 영국보다 못 사는 나라니까 군인에 대한 처우가 낮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드릴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최소한 돈 안드는 것은 선진국들 만큼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서 얘기 한 것 처럼 어느 정도 욕구가 충족되면 그 다음부터는 질적인, 정신적인 보상이 중요한데, 우리나라 장병들이 미군 정도의 식사는 못할지언정, 신세대 장병 입맛에 맞춘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른바 '기본 욕구'는 충족된 셈이다. 이렇게 되기 까지는 열악한 군생활을 하신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의 희생이 컸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먹이고 입히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너 참 잘한다, 최고다' 라고 응원해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오면 가장 먼저 해주는 것이 '병역면제'이다. 비단 운동 말고도 각 분야에서 아주 뛰어난 성적은 거둔 사람들은 병역면제의 '혜택'을 받게 된다. 그러니까 군대 안가는 것이 상이라고 대놓고 국가가 말하고 있다. 매년 아주 생색내면서 군인 월급 만원, 이만원씩 올려주는 것보다 이런 식의 국군장병 사기 꺾는 행동이나 하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 여성부 장관께서 군가산점은 위헌이라는 발언을 하셨다. 예전에 위헌 판결을 받은 걸 가지고 왜 또 말을 꺼내냐는 식이다. 뭐, 자리가 자리인 만큼 개인의 의견이 그렇지 않을지라도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장관의 이런 발언이 우리 국군장병의 사기를 얼마나 깍았는지 아는가. 사실 군가선점 문제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은 군대 밖에 있는 사람들이다. 군복무를 마친 남성이거나, 아니면 군대를 가지 않는 여성들이 이 문제를 가지고 갑논을박한다. 정작 군대 안에 있는 사람들은 군가산점이 뭔지도 잘 모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병사들이 20대 초반에 군대 입대한 것을 고려해본다면, 그리고 즐거운 캠퍼스 생활을 접고 군에 입대한 것을 생각한다면 이들이 군가산점에 대해 단 1%의 흥미라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바꿔서 말하면 군가산점 때문에 군에 입대한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군가산점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자기의 주장을 내세우면서 군복무를 아주 하찮은 것처럼 폄하한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2년 국가에 봉사한 걸 가지고 뭐 그렇게 위세를 떠냐는 식이다. 심지어 군가산점 받으려고 군대에 입대한 것처럼 만들어 버린다. 이렇게 되면 군가산점에 대해 관심도 없는 장병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다. 자신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입대한 군대와 2년간의 군복무가 헛된 것처럼 인식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군대 간 남자들이 '치사한 사람'이 되버린 것이다. 진짜 장관 말 한 마디로 60만 국군장병 사기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것이다. 이럴려고 여성부를 만들었는가.

    로마시대에 투표권은 시민에게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시민은 지금의 시민과 의미는 달랐다. 건장한 남성이 시민에 속했다. 여성과 노예는 시민이 아니었다. 그들이 왜 남성에게만 시민이라는 호칭을 붙여 줬을까. 간단하다 그들이 국가를 지키는 군인이었기 때문이었다. 로마시대 당시 군복무는 그들의 의무이자 권리였다. 군용품은 그들의 돈으로 구입해야 했다. 귀족들은 돈이 많았기 때문에 더 큰 갑옷과 무기를 가지고 전쟁터의 최전선에서 활약했다. 여기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정신이 나온 것이다. 사회의 지도층이기 때문에 국가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앞장서 나라를 지킨다는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시민이 될 수 있었고, 정치적 영향력을 필수 있었다. 베트남은 남녀과 상당히 평등한 사회이다. 공산주의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이들의 역사가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논개가 외적을 안고 절벽으로 떨어진 일화가 있지만, 베트남에서 잔다르크 같이 여성 장수가 앞장서 자기 마을을 지킨 일화가 아주 많다. 그들이 국민들을 지켰기 때문에 대접을 받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촌사회에서 왜 남성을 우대했을까. 남자가 일을 했기 때문이다. 힘쓰고 농사지었기 때문에 대우한 것이다. 그들이 일하지 않는다면 굶어 죽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남녀차별은 사회화의 산물이라는 주장 보다도 환경에 의해 지배받는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문명화된 사회라 할지라도 적자생존의 법칙이 적용되어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남자라서 혹은 여자라서 대우받고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얼마나 사회에 기여하냐에 따라서 대우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는 남자가 그런 역할을 더 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렇게 말하면 여자들은 아주 뿔이나서 입에 거품을 물 것이다. 그런데 이게 사실 아닌가.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는 국방의 의무이다. 그런데 여자는 국방의 의무는 선택적으로 지킨다. 게다가 국방의 의무를 선택하게 되면 남자와는 다르게 무려 네 계급 상승한 하사에서 간부로 시작한다.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은 의무와 권리다. 의무도 지키지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권리를 말할 수 있냐는 말이다. 필자는 이런 관점에서, 군가산점 얘기가 나올 때 그 어떤 여성학자도 '여성에게 군복무 혹은 그와 상응하는 대체복무를 할 기회를 주자' 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이건 자기는 의무도 지키지 않으면서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사람에 대한 보상을 가지고 배놔라 감놔라 하는 식이다. 필자는 여성학 수업을 들으면서 국제 페미니스트 포럼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 때 놀란 것은 외국의 페미니스트들이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혹은 이에 상응하는 군복무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아주 큰 충격이었다. 요즘 대체복무에 대한 말이 많다. 양심적 자유를 근거로 군복무를 대신하여 다른 식으로 군복무를 대신할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남자에게만 가혹하게 군대를 갈 수 없으면 다른 일이라도 하라고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대체복무라는 것이 복지단체에서 일을 하거나 해외 오지에 파견되어 봉사활동을 하는 것인데 이것은 충분히 여성도 할 수 있다. 4급 판정을 받아서 하는 공익근무 역시도 여성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동사무소에서 우편물 정리하고 문서작성하는게 남녀 무슨 구분이 필요하단 말인가. 남자들은 기여코 어떻게 해서든지 군복무와 그와 상응하는 일을 반드시 해야 하고 여성들은 여자니까 당연하게 아무 일도 안해도 된다는 사고 자체가 문제다. 만약 군가산점제도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 한다고 한다면 여성에게도 군복무와 동등한, 혹은 이에 상응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에 대해 먼저 항의해야 한다. 동등한 조건을 맞출려는 시도도 하지 않은채 자신의 권리만 내세운다면 민주시민이 될 자격도 없다.

    제발 '여자는 애 낳잖아요' 라는 말을 안했으면 좋겠다. 이건 개그 콘서트 박휘순이 헛소리하는 것보다 더 웃기다. 박휘순이 헛소리를 하고 나면 이런 음악이 나온다. "미쳤어 정말 미쳤어". 여성부는 미혼 여성만 대변하는 곳이 아니다. 우리 어머니, 할머니도 여성이다. 그들의 사랑스런 아들, 손자가 군에서 성실히 복무하고 있다. 부디 이들의 사기를 꺾는 헛소리를 멈쳤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있다. 대신 자랑스런 군인들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캠페인이나 벌였으면 좋겠다. 군대도 안가는 마당에 응원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초등학교 운동회를 생각해보자. 반을 대표해서 게임에 나가게 되면 열심히 경기를 펼치면 되고 대표로 안 뽑혔으면 응원석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할 일이다. 응원하지 싫으면 가만히나 있던지, 괜히 돌이나 던져서 다치게나 하지 말 일이다. 이렇게 간단한 생각을 왜 못하는 것일까. 정말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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